100년 된 모자 가게-1970년대 하숙집… 가족과 함께 떠나요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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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근현대사 돌아보는 ‘레트로’ 여행
목포엔 19세기 벽돌건물 역사관… 인천서는 해설사와 함께 도보관광
강원 동해엔 연필 3000종 박물관… 12월까지 ‘도시재생 스탬프 투어’
도심서 가까워 가볍게 떠나기 좋아… 남녀노소 모이는 추석에 안성맞춤

선선해진 가을 날씨에 나들이객들의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있다. 특히 연차를 쓰면 최장 10일인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에 갔다가 주변 여행까지 계획하고 있는 귀성객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런 여행 수요를 노려 다양한 국내 여행 혜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토교통부는 이달부터 12월까지 전국 10개 도시, 40개 장소에서 ‘도시재생 스탬프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각 장소를 방문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증하면서 가상의 스탬프를 적립하는 여행 행사다.

도시재생을 통해 꾸며진 명소들은 대부분 구도심을 되살린 장소가 많아 최근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는 ‘레트로’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추석에는 특히 다양한 세대의 가족 구성원이 모이는 만큼 부모님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나이 어린 자녀들에게는 이색 체험이 될 수 있다. 도심과 거리가 가까워 차량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각 지역의 레트로 여행지를 알아봤다.

● 개항기 흔적 남아있는 전남 목포-인천

목포근대역사관
추석 연휴에 전남 쪽을 방문한다면 근대 시기 흔적이 남아있는 목포로 가보자. 목포역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당시 지어진 건물을 개조한 갤러리와 전시관, 개항문화거리가 펼쳐진다. 이 중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외관이 눈에 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원래 1898년 목포일본영사관으로 지어졌다가 지금은 역사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2층 규모로 이뤄진 내부 전시관에선 목포의 시작부터 일제강점기, 근대사 등 7개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가족과 함께 구경하기 좋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에서 5분만 걸어가면 근대사 흔적이 남아있는 목포모자아트갤러리가 나온다. 이곳은 원래 1927년 개업한 모자점이었다. 당시 도심 중심부에서 유일하게 조선인이 운영했던 가게라고 한다.

약 100년 동안 운영됐던 모자 가게는 현재 아트갤러리로 새롭게 조성됐다. 실내에는 350여 점의 모자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시대별 모자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미디어아트, 모자 각인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근대 개항기 분위기를 좀 더 느끼고 싶다면 귀경길에 인천 중구에 들르는 걸 추천한다. 1883년 인천항 개항으로 유입된 일본과 청나라 등 다른 나라의 문화가 중구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인천 개항누리길은 당시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일본과 청나라 조계지 경계 계단부터 당시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개항기 시절 생활상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인천문화 관광해설사 해설을 신청해 도보 관광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인천개항박물관
개항누리길을 따라 걷다 돔 형식의 르네상스 건축물이 보인다면 인천개항박물관에 다다른 것이다. 이곳에선 130년 전 인천항을 통해 들여온 근대 유물이 전시돼 있다. 과거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을 박물관으로 바꾼 곳이라 전시를 구경하다 보면 당시 금고로 쓰이던 공간이 나오기도 한다.

인천 신포국제시장에선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신포국제시장은 19세기 말 신포동 일대에서 일본인, 중국인, 서양인을 대상으로 고급 채소를 판매하던 곳에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소규모 점포들이 남아있던 시장은 현재 약 140개 점포가 모여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선 닭강정이 대표 먹거리로 유명 가게 앞에는 대기 줄이 늘어서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평소엔 접하기 어려운 옛날 과자와 공갈 빵도 시장 기념품 중 하나다.

● 옛 정취 떠오르게 하는 레트로 여행 코스

공주하숙마을
충남 공주시 공주하숙마을은 1970, 80년대 충남 지역 학생들의 하숙집이 밀집해 있던 지역을 재현한 곳이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인다. 사랑방, 작은방 등 낮은 한옥 사이 마당에는 우물 펌프와 옛날 대문이 그대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된 교과서와 당시 교복 등도 볼 수 있다. 공주하숙마을 마당에선 문화 예술 공연과 체험, 전시 등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장승과 솟대, 선돌 등 옛 촌락의 모습이 보존된 상신리 돌담길과 공주 최초의 천주교 성당인 중동성당, 1970년대 운영했던 섬유공장의 모습을 담은 유구벽화거리 등을 함께 방문하며 레트로 감성을 즐기기 좋다.

깡깡이예술마을
옛 해안 마을이 궁금하다면 부산 영도구가 제격이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자갈치시장 건너편, 영도대교와 남항대교가 맞닿은 곳을 자세히 보면 버선 모양의 마을이 있다. 바로 깡깡이예술마을이다. 이곳은 1970, 80년대 원양어업 열풍과 함께 수리 조선업의 메카로 발전했다. 마을 이름에 들어가는 ‘깡깡이’도 수리 조선소에서 배 표면을 정비할 때 나던 ‘깡깡’ 소리가 그대로 들어간 것이다.

지금도 10여 곳의 수리 조선소와 200여 개의 공업사, 선박 부품업체가 마을에 즐비하며 선박이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산 조선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예술마을이라는 이름답게 거리 사이사이는 벽화와 조형물로 꾸며져 있어 이동하는 시간도 심심하지 않다. 깡깡이 생활문화센터에 있는 마을 박물관에서는 마을의 유물과 사진부터 선박 수리에 쓰이던 도구와 구조물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과 가까이서 살펴보기 좋다.

연필뮤지엄
강원 동해시 인근이 고향이거나, 인근으로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동해시 연필뮤지엄에 방문해 보자. 연필뮤지엄은 국내 최초 연필박물관으로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수집한 약 3000종의 연필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거대한 연필 조형물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필뮤지엄에는 방문객이 실제 연필을 만지고 써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최근 연필 사용이 줄면서 잠시 잊고 있던 필기감을 느껴 보기 좋다. 또 월트디즈니 캐릭터 연필, 세계 유명 미술관 디자인 연필, 명사들이 사용한 연필 등 각양각색의 연필들을 보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연필도 찾아볼 수 있다. 연필 구경을 마쳤다면 박물관 4층에 있는 카페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며 추석 연휴를 마무리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외에도 경기 수원시, 광주 남구, 전북 군산시, 전남 순천시, 경북 경주시 등에서 도시재생 스탬프 투어가 진행된다. 스탬프 4개를 달성하면 추첨을 통해 온누리 상품권 1만 원권이 증정되고, 완주하면 메달과 관련 피규어 등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장소를 방문하면 GPS 인증을 통해 스탬프가 적립되는 방식이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스탬프 적립을 위해 이용하는 ‘스탬프 투어’ 앱에서 ‘도시재생 스탬프 투어’를 검색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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