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여성 리더의 나르시시즘은 오히려 긍정적?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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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기애, 리더십 동력 되기도
상황과 맥락에 따른 평가 필요

여성 리더의 자기애적 성향이 부정적으로 평가된다는 통념에 균열이 생겼다. 미국 미시간대 디어본 캠퍼스 경영대와 애리조나주립대 W P 캐리 경영대 교수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동일한 수준의 나르시시즘을 보일 때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보다 더 효과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표본과 절차를 통해 성별과 나르시시즘의 상호작용을 반복적으로 관찰했다. 이번 연구의 강점은 정교한 방법론적 설계에 있다. 연구진은 심리 측정을 통해 나르시시즘을 진단하는 동시에 신경과학적 지표를 활용해 리더의 나르시시즘과 특정 뇌 신경망 구조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와 태스크 포지티브 네트워크(TPN) 같은 기능적 뇌 네트워크와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약 70명을 대상으로 한 일부 하위 연구에서는 ‘나르시시즘X성별’의 상호작용 효과가 관찰됐다. 이는 여성 리더의 높은 주도성과 자기 확신이 상황에 따라 평가에서 긍정적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나르시시즘 리더십은 독’이라는 기존 결론을 재고하게 한다. 선행 연구들은 나르시시즘이 카리스마, 자신감, 결단력 등 초기 인상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 악화와 도덕성 의심, 일관성 결여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경고해 왔다.

핵심은 맥락과 강도다. 나르시시즘이 전혀 없는 리더보다 적정 수준의 자기애를 갖춘 리더가 팀 성과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내는 패턴이 일부 연구에서 관찰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이렇게 ‘양날의 검’이라는 큰 틀 아래 특히 초기 평가 단계에서 여성 리더에게 다른 기준이 작동할 수 있음을 구체적 데이터로 입증했다.

왜 이런 반전이 나타날까. 전통적으로 여성 리더에게는 공감과 배려 같은 역할이 기대된다. 강한 주도성을 드러내는 여성은 평가자에게 기존의 기대선을 넘어서는 신호를 보낸다. 역할 부합성 이론에 따르면 규범을 벗어난 행동은 때로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지만 불확실한 환경이나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는 업무에서는 오히려 강한 주도성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바로 그 틈새를 보여준다. 다만 현장 상황, 업무 성격, 평가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무적 시사점도 분명하다. 첫째, 채용이나 승진, 성과 평가에서는 리더의 행동을 성과 맥락에 맞춘 행동 지표로 측정해야 한다. 그래야 성별 고정관념이 불러오는 편견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코칭과 피드백에서는 나르시시즘의 ‘양면성’을 전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단력과 자신감 같은 강점은 살리되 타인을 수단화하거나 공감 능력이 부족해지는 위험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질과 윤리적 기준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초기의 긍정적 평가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여성 리더#나르시시즘#상호작용#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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