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국립암센터, 검진 권고안 개정
20~40대 젊은 층서도 대장암 많아져, 암 환자의 12%… 갑상선암 이어 두 번째
내시경 검사, 50세 이후 5년 간격 권장… 용종 개수 많을 땐 1~3년마다 받아야
잠혈검사 음성 나와도 암 가능성… 권고 주기 맞춰 내시경 진행해야
초기엔 증상이 없다가 어느 순간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되는 대장암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암 발생자 수는 28만여 명. 이 가운데 대장암은 11.8%인 3만3000명으로 1위인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육류 위주 식습관과 운동 부족, 비만·만성염증 등 증가, 초진 지연 등이 대장암이 급증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처럼 대장암 위험 경고가 커지면서 국내 의료계에서는 대장암 검진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올 6월 대변(분변) 잠혈검사와 대장 내시경을 주요 대장암 검진 방법으로 권고하는 내용의 ‘국가 대장암 검진 권고안’ 초안을 발표했다. 대장 내시경도 대장암 선별 기본 검사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센터는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해 12월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 강은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해 말 새 권고안이 나오면 법 개정 등을 거쳐 대장 내시경 검사 확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본보는 경기 광명 장튼튼내과 신동수 대표원장의 도움으로 대장 내시경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현재 정부에서는 대장암 예방을 위한 검진으로 대변잠혈검사를 이용하고 있다. 그 기준은 현재 50세이고, 대장 내시경도 50세부터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20∼40대 등 젊은 연령에서도 대장암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45세 정도로 낮춰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남성이나 대사 증후군,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좀 더 일찍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 내시경 검사 주기는 몇 년인가.
“일반적으로는 50세 이후 5년 간격으로 검사를 권장하지만,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됐거나 용종의 개수가 많거나 크기가 큰 경우, 조직검사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검사 주기를 1∼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
―대장 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증상은 무엇인가.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조기에 대장 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경우 △평소와 다른 변비·설사, 잔변감, 갑작스러운 변실금, 혈변(붉거나 검은 변)이 있는 경우 △이유 없는 체중 감소 △혈액검사에서 빈혈이 확인된 경우 등이다.”
―대장 내시경을 지난 주기에 했는데도 다시 용종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주기에 대장 내시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용종이 다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대장의 길이가 워낙 길고 해부학적인 구조도 복잡해 모든 주름 사이를 완벽히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물약이나 알약을 통한 장 정결(장 청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내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있을 경우 작은 용종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치게 될 수 있다.”
―대장 용종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전적으로는 가족력, 고령, 남성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붉은 육류 과다 섭취, 섬유소 섭취 부족, 칼슘·비타민D 섭취 부족, 음주·흡연, 운동 부족 등이 있다.”
―대장 용종이 생기지 않도록 돕는 음식이 있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의 전 단계인 대장 용종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과 마찬가지로 지방식을 줄이고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 대장 용종의 발생률 또한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섬유소는 보리 같은 곡류, 버섯류, 해조류, 과일류, 야채류에 많이 포함돼 있다. 충분한 양의 비타민D나 칼슘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장암인가.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모두 대장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식도암, 식도궤양, 식도정맥류, 위암, 십이지장궤양, 소장출혈, 소장암, 대장암, 세균성 감염, 대장 폴립,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게실염, 치핵, 치루 등 여러 질환에서도 잠혈반응 양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변잠혈검사를 해서 이상이 없을 경우 대장 내시경을 안 받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대장암, 직장암 초기에는 대변잠혈검사에서 음성인 경우도 있다. 또한 대장 용종은 대변잠혈검사에서 음성인 경우가 많다. 권고 주기에 맞추어 대장 내시경을 진행해야 한다.”
―진정내시경을 자주 받으면 치매가 발생하나.
“일각에서 진정내시경(일반적으로 수면내시경으로 칭함)을 자주 받으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내시경 시 사용되는 진정제 ‘미다졸람’은 검사 중 기억을 일시적으로 잃게 만들 수 있으나, 반복 사용이 기억력 저하나 치매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반복해서 사용해도 기억력이나 치매 등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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