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 물들이는 ‘컬러 워크’

  •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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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시작돼 SNS 챌린지로 트렌드 선도
나만의 알록달록한 사진집까지 완성되는 건 덤

“엄마, 오늘 산책은 ‘컬러 워크’ 챌린지로 할래?”

SNS에서 ‘color walk’로 검색하면 세계 곳곳의 색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미술 치료 권위자인 김선현 제주대 교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틱톡 캡처
SNS에서 ‘color walk’로 검색하면 세계 곳곳의 색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미술 치료 권위자인 김선현 제주대 교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틱톡 캡처
산책 메이트인 아이가 내민 스마트폰 속 SNS 피드가 알록달록했다. 특이한 점은 게시물마다 한 가지 색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 해외에서 시작해 국내 유행 중인 컬러 워크 챌린지는 한 색을 정해 찾으며 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종의 미션이 있는 산책법이다.

그러나 전 세계 MZ를 사로잡은 컬러 워크는 최근에 나온 개념이 아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시각 예술가인 윌리엄 S. 버로스가 1970년대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색깔을 찾으며 걸어보라는 숙제를 내준 게 시초다. 그는 1985년 펴낸 자신의 저서 ‘The Adding Machine: Collected Essays(추가 기계: 수집한 에세이)’에서도 현재의 사물과 과거 기억을 연결하고, 창의력을 발산하는 방법으로 컬러 워크를 추천했다.

SNS에서 ‘color walk’로 검색하면 세계 곳곳의 색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미술 치료 권위자인 김선현 제주대 교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틱톡 캡처
SNS에서 ‘color walk’로 검색하면 세계 곳곳의 색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미술 치료 권위자인 김선현 제주대 교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틱톡 캡처
그렇다면 컬러 워크가 현재 다시 유행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색상 자체가 다양해져 일상에 주는 즐거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지다 보니 걸으며 접할 수 있는 색상이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컬러 워크는 마음 챙김과 셀프 테라피의 속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전공 겸임교수이자 플로리다마음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소울 소장은 “복잡한 기술이나 준비물 없이 빠르게 새로운 몰입 경험이 가능하고 효과도 즉각적이다. 자기 기분과 연결되는 사물을 발견하면 감정이 환기되고 정서적 안정이 촉진된다”면서 “특히 SNS에 기록하는 과정은 자기 강화를 돕는 시각적 감정 일기를 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마음 돌봄 효과가 큰 반면 비용은 따로 들지 않아 지갑이 가벼운 젊은 층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스트레스엔 푸른색, 우울할 땐 붉은색


SNS에서 ‘color walk’로 검색하면 세계 곳곳의 색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미술 치료 권위자인 김선현 제주대 교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틱톡 캡처
SNS에서 ‘color walk’로 검색하면 세계 곳곳의 색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미술 치료 권위자인 김선현 제주대 교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틱톡 캡처
컬러 워크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끌리는 색상 하나를 고른다. 그 색을 찾아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도 좋고, 익숙한 산책 코스에서 한 색에 집중하며 걸어도 좋다. 첫 도전이니만큼 찾기 난도가 쉬워 보이는 녹색을 골랐다. 녹색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이다. 나무, 간판, 신호등, 지나다니는 사람의 옷에서 청록색, 연두색, 카키색 등 다양한 녹색을 마주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녹색을 찾아 걷다 보니 눈이 편안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컬러 워크가 심리학적인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색채심리 진단법을 만든 스위스의 유명 심리학자 막스 뤼셔에 따르면 특정 색을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행동에는 무의식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파랑은 만족감·안정감, 녹색은 자존감·자기 통제, 빨강은 자기 신뢰·열정, 노랑은 내면의 자유·낙관 등을 뜻한다. 따라서 색이 가진 고유의 심리적 특성을 활용하면 컬러 워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국내 미술치료 권위자로 손꼽히는 김선현 제주대 교수는 “단순하게 색을 정하지 말고, 내가 사진 찍고 싶은 색이나 형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첫 번째 과정에 집중해보라”며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유난히 푸른 하늘이 찍고 싶은 날은 스트레스가 쌓여 이를 해소해줄 파란색이 끌린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파란색이나 녹색이 맥박과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평안한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선현 교수에 따르면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 치유에는 따뜻한 계통의 색이 효과적이다. 빨강은 삶의 열정과 에너지를 자극한다. 주황과 분홍은 온화하고 따뜻함을, 노란색은 밝은 생기를 불어넣는다.

색상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디테일이 중요하다. 김소울 소장은 “낙엽의 붉은 기운, 건물 외벽의 바랜 색조, 얼굴의 홍조 등 색의 미세한 변주를 관찰하는 훈련은 집중력을 높이고 현실에 발 딛고 있다는 안정감을 강화한다”며 “색의 확장된 스펙트럼까지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다만 꼭 명상하듯 혼자 조용히 걷을 필요는 없다. 김선현 교수는 “지금 젊은이들이 컬러 워크에 빠진 이유는 일상에서의 즐거움 때문”이라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소통하는 과정 안에서 비교적 쉽게 창작의 기쁨을 맛보고 인정욕구가 충족된다”고 설명한다. 포인트는 소통과 성취다. 이를 아이 교육에 활용해도 좋다. 컬러 워크라는 미션을 함께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아이가 성취감을 맛보게 해준다. 이때 아이가 찍은 사진을 유심히 관찰할 것. 부모와 똑같은 사물을 찍어도 사진 안에는 아이의 시선과 심리 상태가 담겨 있다.

#2025 TREND WATCH#컬러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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