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통계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통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부동산 학계에서 제기됐다. 통계 작성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 매물 호가에 영향을 크게 받고 조사원 성향에 따라 조사 가격이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30일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염태영 의원 공동 주최로 ‘주택가격 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와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이 각각 발제를 맡았다.
발제자들은 모두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원은 매주 전국 주요 아파트 3만5000채를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 가격을 측정한다. 표본 내 실거래가 없으면 조사원이 인근 유사거래나 호가 등을 활용해 조사 가격을 매긴다. 실거래가 드문 기간에는 조사원 성향이나 판단에 따라 측정한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주간 통계는 빠르게 공표되지만 시장 반응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해 정책적 오판을 내리도록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을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4400채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조차 2020∼2022년 모두 20주 넘게 주간 단위 매매가 1건도 없었다”며 “동화 속 투명망토처럼 실현 불가능한 것을 만들려는 시도와 같다”고 비판했다.
매매가격지수와 실거래가격지수의 격차 문제도 지적됐다. 이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2022년 6억 원이었던 재건축 아파트가 15억 원이 됐다면 실거래가 기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은 1억 원이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96%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매지수로는 상승률이 26%에 그쳐 부담금이 4억7500만 원이 된다. 지수에 따라 금액이 4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서는 주택 가격 과열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를 개발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집값 대신 매도자 희망가격 등만 분리한 통계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R114 등 민간기관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주간 지수를 공표하지 않도록 민간기관과 협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민간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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