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복숭아는 강수량, 무·포도는 기온 따라 가격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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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주요 농수산물의 여름철(6-8월) 가격이 기온보다 강수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강수 패턴이 농수산물 피해를 키우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1일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과 김태영 경상국립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동안 기온 및 강수량과 주요 농수산물 15개의 가격 변동을 비교한 결과 9개는 강수량과 높은 상관 관계를 보였다. 5개는 기온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기온·강수량과 농수산물의 상관관계를 -1부터 1까지로 표시했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연관성이 크다. 농수산물 15개 품목 중 여름철 강수로 가격에 상당한 영향(상관계수 0.35이상 0.8 이하)을 받는 품목은 9개였다. 애호박(0.72), 복숭아(0.64), 배추(0.59), 양파(0.53) 등이다.

반면 기온과 상관관계가 높은 품목은 5개였다. 무(0.79), 포도(0.62), 수박(0.62) 등이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산물의 경우 노지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아 비가 많이 올 경우 농산물 출하에 직접적 타격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도 강수가 농작물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기온이 1도 오르는 ‘고온 충격’ 발생 시 1년간 0.043%포인트, 일일 강수량이 10㎜ 늘어나는 ‘강수 충격’에는 0.061%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2020년 강수량이 2019년 대비 100.9% 늘자 애호박의 여름철 평균 소매가격은 개당 1769원으로 전년도 1286원 대비 37.5% 올랐다. 2019년 포기당 3111원이었던 배추는 78.7% 급등해 5559원으로 가격이 뛰었고, kg당 1403원이었던 양파 역시 2020년 6-8월 폭우로 가격이 46.1% 급등하며 2050원까지 상승했다.

농민들은 특히 예측할 수 없는 강수 패턴으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 합천에서 하우스 딸기 농사를 짓는 김우중 씨(64)는 올 7월 경남 지역 수해로 비닐하우스 7개동 중 5개동이 무너지거나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김 씨는 “한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2,3년전부터는 집중호우가 심해졌다. 특히 올해처럼 비가 강하게 멈추지도 않고 5시간 정도 내리 내리는 것은 처음 봤다”며 “폭염은 모종을 늦게 심거나 이런 식으로 대처라도 할 수 있지만 폭우로 하우스가 무너지고 진흙탕물에 모종이 잠기면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고 토로했다. 김태영 교수는 “주요 농작물의 가격 변화가 강수량에 더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등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물가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확한 예측에 기반해 사전에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스마트 농업 정착과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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