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상승기가 장기간 이어지는 ‘슈퍼사이클’의 조짐이 보이자 기업들이 앞다퉈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 HBM 주도권 노리고 인재 확보 박차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일부터 ‘10월 월간 하이닉스 탤런트’를 진행하며 경력직 채용 원서를 받고 있다. 모집 분야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회로 설계 및 검증, 솔루션 설계 등 10개 직무다. 채용 규모는 두 자릿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신입 채용도 병행하고 있다. 설계, 소자, 공정, 양산 등에서 세 자릿수 규모로 뽑는다.
삼성전자는 하반기(7∼12월)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8월 지원자 접수를 하기 시작해 9월 직무적합성평가를 거쳤다. 이달 25일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앞두고 있다. 최종 합격자들은 내년 상반기(1∼6월) 입사해 각 사업부에 배치된다. 공정 개발, 회로 설계 등의 직무를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특히 설계 및 공정 분야의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메모리 분야 수요가 집중된 HBM은 내년 양산 예정인 6세대(HBM4)로 넘어가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와의 연계가 더 중요해졌다. HBM 가장 밑단에 있는 ‘베이스 다이’를 기존 메모리 공정이 아닌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작하며 새로운 설계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우수한 설계 분야 인재를 활용해 AI와 로봇 등 연관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AI발 수요 강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 이후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로 HBM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2, 3년 이상 지속되는 슈퍼사이클이 시작될 경우 초기에 주도권을 잡는 곳이 5년, 10년 동안 계속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판매액 기준 174억 달러 규모였던 HBM 시장이 올해 353억 달러, 내년 528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2027년 연평균 성장률이 50%에 이른다.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및 목표 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일 기준 각각 31조1789억 원, 38조9379억 원이다. 각각 2분기(4∼6월) 직후인 7월 전망치보다 10%, 5% 오른 수치다. 증권사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HBM 매출이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높여 잡고 있다.
여기에 오픈AI가 1일 맺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으로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메모리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새롭게 생겼다. 오픈AI는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새로운 AI칩을 미국 브로드컴과 개발하면서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HBM 수요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AI칩 시장이 열리면 국내 기업들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픈AI가 요구하는 웨이퍼 월 90만 장 규모의 HBM 등 고성능 D램은 현재 생산량의 2배 이상이다.
심대용 동아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AI발 HBM 수요 강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HBM4부터 HBM의 구조가 크게 달라지고 미국 빅테크가 요구하는 수준이 갈수록 높아져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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