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칩 오는데, AI 인프라는 부실]
IT-바이오-조선 40% 넘어
美 10년차 연봉, 韓의 4배 이상
“성과기반 보상으로 유출 막아야”
한국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 10명 중 4명이 해외 이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이공계 인력으로 범위를 좁히면 해외 이직 희망 비중은 10명 중 7명으로 올라갔다. 10년 차 기준 해외 연봉의 4분의 1 수준의 처우와 연구 환경에 대한 불만이 이공계 인재 유출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의 토대가 되는 정보기술(IT)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한국이 세계적 전문성을 갖춘 조선 분야에서 특히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중이 높았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 결정 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이공계 인력일수록 해외 유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함께 올해 6월 25일∼7월 25일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 일하는 국내 체류 연구자 1916명, 해외 체류 연구자 778명 등 총 26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내 체류 인력 등 총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인력 중 5.9%는 구체적인 외국 이직 계획을 수립했거나 현재 인터뷰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72.4%, 30대가 61.1%로 높은 해외 이직 희망을 표했다.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기(48.7%), IT·소프트웨어·통신(44.9%) 분야에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이 세계적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조선·플랜트·에너지에서도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이 43.5%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이공계 인력의 해외 진출 규모는 실제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에는 1만8000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이공계 인력들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를 꼽는 복수 응답에서 66.7%가 금전적 이유를 꼽았다. 이들의 평균 초봉은 한국이 5800만 원, 미국 등 해외는 한국의 약 2.8배인 1억6300만 원으로 10년 차가 지나면 격차는 더욱 커졌다. 10년 차에는 한국이 8500만 원, 해외는 3억4200만 원으로 4배 이상이었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성과에 기반하고 유연한 임금·보상 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도 인적자본 투자에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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