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1도 1국립대 체제 출범… 4개 지역에 분권형 캠퍼스 구축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연계해서 엔지니어가 현장용 AI 기술 교육
교수 1400-학생 3만-지원 2171억… 지방 소멸 막는 거점 국립대 ‘킹핀’
강원대는 AI 기반 교육, 연구, 행정, 산학 인프라를 강화해 지역 혁신을 선도하기로 했다. 이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협약을 맺었다. 구글과 연계한 교과, 비교과 및 동아리 활동 등을 포함해 구글 취업까지 지원한다. 구글 연계 교육 과정(구글@KNU) 입학식. 강원대 제공
강원대(총장 정재연)와 국립 강릉원주대(총장 박덕영)가 2026년 3월 통합 강원대로 새롭게 출범한다.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대표 빅테크 구글과 손잡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산업 기술 교육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전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1도 1국립대’ 모델은 향후 국가 고등교육 체계는 물론 지역과 대학 동반 성장 생태계의 대전환을 예고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 강원대는 춘천 삼척 강릉 원주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학생 3만 명, 교수 1400명의 초대형 국립대로 탄생한다. 전국 국공립대 가운데 최대 규모다. 강원특별자치도 전체를 아우른다. 교육부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선정돼 2171억 원(국비 1737억 원, 지방비 434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통합 이후의 혁신 동력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 ● 구글 엔지니어가 교과 설계 ‘구글@KNU’ 가동
강원대 학생들이 ‘2025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최첨단 방산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강원대 제공통합 강원대 출범은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 맞물려 있다. 강원 지역 혁신의 플랫폼이자 엔진 역할을 수행할 통합 강원대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킹핀(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교육부 예산 중 거점 국립대 지원 예산을 올해 4242억 원에서 8855억 원으로 늘렸다. 학부 교육 혁신과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등에 투입된다. AI 및 이공계 인재 양성 예산도 3348억 원이다.
통합 강원대는 이미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특히 AI-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 구글과 협력하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했다.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함께 운영하는 ‘구글 연계 교육 과정(구글@KNU)’이 그것이다. 구글 엔지니어가 교과목을 설계해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가르친다. 강원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소프트웨어(SW) 중심 대학 사업’에도 재선정돼 향후 5년간 178억 원을 지원받는다. 전공 구분 없이 전 학생이 AI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25년 AI 분야 첨단 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 사업’에도 선정됐다. 전국 32개 대학 중 3개교만 뽑힌 사업이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강원대병원 등과 협력해서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와 의료 AI 트랙 등과 같은 AI 실무 전문가 양성 교육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 서울대와 반도체 통합 교육-연구 체계 세워
강원대는 반도체 분야에서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 사업’ 선정과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로 약 780억 원을 확보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설계-공정-패키징의 반도체 생산 전 과정을 갖춘 통합형 교육 및 연구 체계를 세웠다. 반도체 산학 협력 허브는 원주 캠퍼스가 맡는다. 2028년까지 반도체융합학과 복수전공도 신설한다.
2023년 디지털밀리터리학과를 신설하는 등 빠르게 진행 중인 방위산업 전문 인재 양성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국방용 AI, 국방 로봇·반도체, 국방 정보 보호 등 4개 센터를 둔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소장 김익현)는 교육부 글로컬랩 사업에 선정돼 연구비 216억 원을 확보했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한국형 국방 사이버 위험 관리 제도(K-RMF) 국책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이 밖에도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방산 보안 기술 개발에 나선다.
글로컬랩 사업에 동시에 선정된 수리과학연구소도 AI 융합 연구 등을 통해 정밀 의료, 바이오, 농생명 등 강원도 특화 산업 활성화에 한몫할 계획이다. ● 멀티 캠퍼스마다 기능 특성화해 상생 추진
지역 사회가 통합 강원대에서 눈여겨보는 혁신은 멀티캠퍼스 체제다. 캠퍼스를 도내 4개 지역에 기능별로 두고 지역 산업 구조 등에 맞게 운영할 계획이다.
춘천 캠퍼스는 정밀 의료, 바이오헬스, 데이터 산업 위주의 교육 및 연구 거점이 된다. 삼척 캠퍼스는 액화수소, 에너지 분야의 ‘지역-산업-학교’ 협력 거점으로 키운다. 강릉 캠퍼스는 신소재, 해양 및 천연물 바이오 분야에 특화한 지학연 협력 거점으로, 원주 캠퍼스는 반도체, e모빌리티 중심의 산학 협력 거점으로 특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학 혁신 전략실을 신설하고 캠퍼스 총장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분권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다. 총장 직속 대학 혁신 전략실은 통합 강원대 발전 전략 수립과 재정 사업 기획 및 성과 관리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각 캠퍼스 총장은 학사 운영 전반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학생 100명 이상 대형 학과를 각 캠퍼스가 공동 운영하는 탑글래스 통합학과도 혁신 사례로 꼽힌다. 예를 들어 춘천 캠퍼스와 원주 캠퍼스 컴퓨터공학과는 하나의 학과처럼 운영된다. AI 기반 교육 시스템과 원격 공동 강의 체계를 통해 학생들은 캠퍼스를 옮겨 다니지 않고도 다양한 교수진의 커리큘럼을 공유할 수 있다.
지역 밀착형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P3L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지역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삼척 캠퍼스 리빙 랩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 강원형 유니콘 육성 토대 ‘캠퍼스 창업기지’
4개 캠퍼스를 거대한 창업 생태계로 전환하는 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캠퍼스마다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해 실전형 창업 인재를 육성하는 ‘창업 미네르바 스쿨’을 가동 중이다. 286개 교과에서 학생 9400여 명이 교육을 이수한 가운데 학생 창업 기업인 ‘감자 아일랜드’, 교원 창업 기업인 ‘에이프릴바이오’ 같은 성공 사례가 나왔다.
학생과 교원 창업의 전초기지 격인 컨테이너형 창업 공간 ‘KNU스타트업 큐브’도 눈에 띈다. 아이디어 발굴과 시제품 제작, 그리고 사업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면서 학생 창업 35건, 교원 창업 17건의 성과를 냈다. 최근 KNU스타트업 큐브 출신 창업 동아리 ‘고위드(Go With)’는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상추를 활용해서 가뭄에 대비하는 비료를 개발해 전국 최대 규모 대학생 비즈니스 프로젝트 대회인 ‘2025 인액터스 코리아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에 기업과 연구 시설, 주거 및 문화 시설 등이 들어서는 도시첨단산업단지 ‘캠퍼스 혁신 파크’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공정은 70%다. 이곳에 ‘산학연 혁신 허브’가 들어서는데 바이오,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 117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밝혔다.
● 외국인 유학생 원스톱지원센터 등 정착 지원
‘KNU스타트업 큐브(위 사진)’를 통해 아이디어 발굴, 시제품 제작, 사업화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강원대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도 크게 늘고 있다. 강원대 제공외연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현재 2697명이다. 최근 5년 사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통합 강원대는 해외에 KNU 문화원을 설치해 대학을 소개하고 있다. 또 입학 전 교육 프로그램 KNU 예비학부와 입학 후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해 정착을 돕고 있다. 강원대는 국립 강릉원주대에 이어 춘천교육대, 강원도립대와도 통합을 위해 협력 중이다.
정재연 총장은 “통합 강원대는 대한민국 고등교육 혁신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대는 29일부터 31일까지 2026학년도 정시모집 원서를 접수한다. 춘천 캠퍼스와 삼척(도계)캠퍼스는 799명을, 강릉과 원주 캠퍼스는 102명을 뽑는다. 자세한 사항은 강원대 입학 안내 홈페이지와 국립 강릉원주대 입학 안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