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결과 좌우하는 것은 ‘손’이 아니라 ‘판단’[기고/정태영]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0일 15시 11분


정태영 혜안서울안과 원장. 혜안서울안과 제공
정태영 혜안서울안과 원장. 혜안서울안과 제공
백내장 수술은 흔하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같지 않다. 같은 수술을 받았음에도 어떤 환자는 만족스러운 시력을 얻는 반면, 다른 환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차이는 단순히 수술 기술이나 장비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임상에서는 백내장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했는가’에 있다는 점이 점점 더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백내장 수술은 일정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표준화된 시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자의 눈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맞춤형 수술이다. 같은 장비와 동일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과가 다른 이유는 환자의 눈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백내장 수술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한 수술이다.

수술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는 각막 상태, 망막 상태, 그리고 난시 분석이 있다. 각막은 수술 후 시력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형태나 건조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과 같은 망막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 후 기대할 수 있는 시력 회복 수준을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시의 유형과 정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교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역시 환자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이처럼 수술 방법과 인공수정체 선택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영역’이다. 최근에는 다초점, 연속초점 등 다양한 인공수정체가 개발되면서 노안 교정까지 동시에 가능해졌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수는 없다. 환자의 생활 패턴과 눈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의료진의 경험과 임상적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대인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의 사용 증가로 인해 눈의 피로와 노화를 더 빠르게 경험하고 있다. 과거에는 5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던 백내장이 최근에는 30~40대에서도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섬세한 기관 중 하나로, 특히 각막 내피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지만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가 출연한 EBS ‘명의’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소개된 바 있다. 장시간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젊은 세대에서도 시력 저하와 백내장이 증가하고 있으며, 단순한 노안으로 여겼던 증상이 실제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의 백내장 수술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현재는 시력 교정과 시기능 개선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인공수정체를 통해 근시, 원시, 난시는 물론 노안까지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치료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판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백내장 수술은 단순한 시술이 아니라 환자의 시력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수술을 고려할 때에는 장비나 기법만을 기준으로 선택하기보다, 수술 전 얼마나 정밀한 검사를 통해 자신의 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계획을 세우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수술의 결과는 ‘손의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판단’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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