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합의에 국제유가 3∼4% 급락…국내 반영 언제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5일 10시 50분


서울 시내 주유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2026.5.7 뉴스1
서울 시내 주유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2026.5.7 뉴스1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했다. 국제시장 3대 원유 중 하나인 브렌트유는 3%대 하락을 보이며 80달러 초반에 거래 중이다. 국내 기름값의 경우 미국과 이란의 MOU 이행 여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따른 유조선 항행 재개에 따라 상승 압력이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국제유가가 여전히 이란 전쟁 이전 대비 여전히 약 12% 높은 수준이어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기준금리, 환율 등 국내 소비자가 체감할 수준의 물가 안정세에 도달하기 위해선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호르무즈 개방 기대에 국제유가 3~4%대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란과의 휴전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주장하며 이란은 서명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6.06.11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란과의 휴전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주장하며 이란은 서명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6.06.11 워싱턴=AP 뉴시스

15일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95% 떨어진 배럴당 83.87달러에 거래 중이다.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5일(배럴당 85.41달러)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이날 전장 대비 4.65% 내린 배럴당 80.94달러에 거래 중이다. WTI 가격은 앞선 미국과 이란의 한시적 휴전을 선언한 4월 17일(배럴당 82.59달러) 이후 최저다.

국제유가가 일제히 하락한 건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에 합의하면서 막혀있던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가 지나는 바닷길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의 협상이 완료됐다”며 “모두 축하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이로써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무료 개방을 전면 승인하며, 동시에 미국 해군의 즉각적인 봉쇄 해제를 승인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 세계 선박들이여, 엔진을 가동하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고 덧붙였다.

● 국내 기름값 반영되려면 2~3주…변수 아직 많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남쪽 유전 지대의 시추 장비. 2026.5.5 로이터=뉴스1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남쪽 유전 지대의 시추 장비. 2026.5.5 로이터=뉴스1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 국내 유가의 상승 압력도 일부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등에 따르면 6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L당 0.5원 내린 2009.9원이었다. 같은 기간 경유는 0.3원 떨어진 2004.8원을 보였다.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판매가격은 5월 셋째 주 이후 4주 연속 하락 중이다.

중동 전쟁 발발 후 2010원대까지 올랐던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이 2000원 초반에서 줄타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간 국내 원유의 70%가 중동산임을 고려하면 이란 전쟁 휴전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국내 기름값을 내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기름값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려면 약 2~3주가 소요된다. 더욱이 양국이 종전 합의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이행할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지난달 휴전 합의안 체결이 논의될 당시 해협 통항 재개는 전쟁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며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수를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60일간의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미국과 이란의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조건없는 완전 개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여전히 해협 통제권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는 올 4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확립법’ 초안을 승인했으며, 해당 법안에는 선박 통행 허가와 항로 지정, 통행료 부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 종전 MOU 체결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가 일부 안정세에 접어들겠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 안정세를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한두 달가량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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