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이 핵 협상을 포함한 최종적인 종전 합의에 동의할 경우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3000억 달러(약 452조 원)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별도로 종전이 이뤄질 경우 건설, 전력,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이란, 더 나아가 중동 지역 재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건설, 전력망 관련 업계 전반 수혜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건설, 플랜트부터 전력, 통신 등 인프라 구축에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건 특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은 현재 가장 복구가 시급한 원유, 가스 관련 설비부터 발전소, 송배전망, 항만, 도로, 철도, 통신망 등 국가 핵심 기반시설 복구에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건설, 플랜트 분야다. 전쟁으로 이란의 정유 시설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시설,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처리시설 등 중동 각국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타격을 입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빠른 복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이번 중동전쟁으로 인한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이 약 580억 달러(약 87조7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피해를 입은 중동 내 시설은 국내 건설사가 2000년대 후반 대거 수주해 이미 설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은 삼성E&A가, UAE 합샨의 가스 처리 시설은 현대건설이 각각 시공했다. DL이앤씨는 이란의 최대 가스전이자 이번 전쟁에서 폭격을 받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개발에 참여하고, 오바마 정부가 제재를 해제한 2017년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수주하는 등 이란 내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재건 사업에 투입될 건설기계 수요도 크게 늘어나 HD건설기계와 두산밥캣 등 중동 지역에 공을 들여온 국내 건설기계 업체의 대규모 수출도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전력, 통신망 재구축과 더불어 노후 망 교체 작업도 이뤄질 전망인 만큼 관련 역량을 가진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계의 참여도 거론된다. 정유, 석유화학 시설 재구축에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업체의 변압기, 배전반 등이 쓰일 가능성도 높다.
●사업 구체화, 제재 완화 등 이뤄져야
다만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서야 할 장벽이 많다. 현재까진 미국이 조성하는 재건기금과 관련해 3000억 달러라는 숫자만 알려진 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 향후 진행될 세부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재건사업의 규모와 방식, 분야 등이 구체화돼야 계산기를 두드려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논의가 ‘기금’의 성격을 띄는 만큼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내줘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건설업계에는 과거 중동 재건사업에 참여했다 현지 상황이 급변하며 미수금 문제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 연구실장은 “미국 정부의 재건기금 조성 여부와 상관없이 재건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며 “국제사회의 재건기금 조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또 현지 기관의 사업관리능력이 충분한지 등을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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