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有名稅)라는 말에 사용되는 ‘세’(稅)는 세금 세자다. 직해하면 ‘유명하기 때문에 치르는 세금’이라는 의미일 텐데, 최근 들어 이 유명세를 비싸게 치르는 것을 넘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들의 수가 늘고 있어 사회적 우려가 크다.
배우 김새론은 지난 16일 오후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직 구체적 정황을 밝히지 않았으나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역 배우 출신인 김새론은 지난 2022년 5월 음주 운전 및 사고 미조치 혐의로 적발된 이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채 시간을 보냈다. 사고 이후 김새론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책임을 졌다. 차기작이었던 넷플릭스 ‘사냥개들’(2023)에서는 대부분의 신에서 편집됐으며 출연 예정이었던 작품들에서 하차했다.
김새론의 사망 이후 측근을 통해 김새론이 ‘김아임’으로 개명했으며 복귀를 위해 노력 중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실제 김새론은 지난해 11월 촬영한 영화 ‘기타맨’을 통해 복귀하려고 했으나 이 영화는 유작으로 남게 됐다. 항간에는 김새론이 사건 이후 생활고에 시달렸고, 그런 이유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려고 했었으나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새론 외에도 최근 몇해 동안 국내 연예인들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다. 배우 고(故) 이선균을 비롯해 설리, 구하라, 문빈 등 아이돌 가수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BBC 등 해외 매체에서 연예인에게만 유독 도덕적 잣대로 인한 압박이 심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느끼는 심적인 부담감이 갈수록 커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故 이선균 ⓒ News1 전문가들은 일부 유튜버들이 돈벌이를 위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을 올리고 이 영상이 기사화 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누리꾼들이 해당 연예인을 향해 ‘악플’을 쏟아내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 완벽함을 요구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간섭하는 팬덤문화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거론된다.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이라고 하지만 연애나 일상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소비자인 팬들의 입맛에 맞는 모습을 보이도록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신과 전문의 나종호 예일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고 김새론의 사건을 언급하며 “음주 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다, 만약 처벌이 약하다면 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잘못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며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밝혔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인기의 유무에 따라 부침의 낙차가 커 정서적 불안정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의 ‘직업병’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옹호할 필요는 없지만 실수는 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책임졌다면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관용적인 사회적인 시스템과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매체의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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