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만나 ‘극한직업’…‘미키 17’ 인생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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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2월 23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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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신작 ‘미키 17’ 28일 전세계 최초 국내 개봉
극한직업 익스펜더블 미키 역

미키17 스틸
미키17 스틸
장아름 기자 =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거장’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극장가에 찾아온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영화계 최고 권위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석권한 이후 복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개봉 전 주연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에 공통적인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미키 17’은 최근 국내 취재진에 처음 공개됐다. 앞서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 다양한 평가를 받았고,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봉준호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최근 국내 취재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반응에 대해 “평이라는 건 참 알 수 없는 영역”이라며 “‘살인의 추억’도 개봉 당시엔 악평이 많았다, 세월이 가며 오히려 약간씩 더 좋아진 케이스”라고 했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오리지널 각본이 아닌,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 원작이다. 봉준호 감독이 각본을 썼던 ‘기생충’의 경우, 블랙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빈부격차·계급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가 상징적인 연출과 최상의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성과 대중적 재미까지 다잡은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키 17’은 SF 장르이지만, ‘설국열차’ 보다 반전 요소나 신선한 개성이 덜하고, 스토리가 결말까지 매우 대중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개라는 점 등이 이전보다 임팩트가 아쉬운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미키17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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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으로 호평이 많은 요소는 주연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다. 로버트 패틴슨은 죽으면 출력되는 익스펜더블, 극한직업 노동자 ‘미키’ 역을 맡았다. 미키는 친구 티모(스티븐 연 분)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게 된 후 지구를 떠나 마셜(마크 러팔로 분)의 행성 개척단에 자원하는 인물이다. 그는 별다른 기술이 없어 목숨이 걸린 위험한 일을 하다 죽으면 똑같은 상태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17번째 출력물인 미키 17이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출력된 후 둘 이상 존재하는 ‘멀티플’이 된다. 이후 자신감 없고 찌질한 미키 17과 저돌적인 미키 18의 공존이 시작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미키 17’은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두 미키의 서사로 극을 끌어간다. 순박하고 여리면서 소심한 미키 17과 그와 정반대로 반항적이고 직선적인 미키 18의 극과 극 상반된 캐릭터부터 표정과 제스처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멀티플’의 혼란과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미키라는 익스펜더블이 처한 고통과 비극으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어딘가 우스꽝스러운데 슬프기도 한 냉소적인 블랙 코미디로 구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그에게 스타 명성을 안겨준 ‘트와일라잇’(2008) 이후 ‘굿타임’(2017) ‘라이트 하우스’(2019) ‘테넷’(2020) ‘더 배트맨’(2022)에 이어 또 한 번 더 배우로서 인상적인 열연을 남겼다는 평가다.

봉준호 감독(왼쪽)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5.1.20 뉴스1
봉준호 감독(왼쪽)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5.1.20 뉴스1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미키 17’은 “‘옥자’와 ‘설국열차’를 합친 것 같은 인상”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하지만 ‘기생충’이 안겼던 충격과 임팩트와의 비교를 떠나 거장 봉준호의 날카로운 메시지만큼은 생생했고, 로버트 패틴슨의 열연은 감독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극 중 가상의 세계인 니플하임은 얼음행성이 배경으로, 계급부터 시스템까지 현대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익스펜더블은 백신 개발을 위한 갖은 생체 실험에 이용되며 바이러스와 방사능에 노출된다. 그렇게 소모품처럼 이용당한 뒤 죽음을 맞이하고 또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채 다시 출력물로 프린트되는 과정을 되풀이하지만, 누구 하나 그의 비극에는 관심이 없다. “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냐”며 단순 호기심과 흥미를 해소하기 위해 미키의 인격을 무시하는 잔혹한 질문을 서슴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메시지는 두 번째 문제”라며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가서 자려고 누웠는데 몇몇 대사가 자꾸 아른거린다거나 또는 주인공이 처한 처지가 왠지 나랑 비슷하게 느껴진다거나 이를 돌이켜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타인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소모품이 돼버린 착하고 순종적인 미키는 ‘미키 17’이라는 작품이 주는 전체적인 영화적 즐거움보다 더 깊은 잔상을 남기는 캐릭터다. 캐릭터와 관객 사이 강한 동질감을 형성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가 새삼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얼마 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깊은 존경, 국내 영화 시장과 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봉준호 감독과 만나 또 한 번 더 새로운 열연을 보여준 로버트 패틴슨이 관객들에게 어떤 호평을 받게 될지 더욱 주목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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