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에 따르면, 유방암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2022년 기준 230만 명이 넘는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는 전 세계 암 환자의 11.6%에 달한다. 초기 유방암 생존율은 93% 이상으로 향상됐다. 유방암은 이제 장기 만성 질환으로 바뀌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생존율 향상이 인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하다.
생존자들은 치료 중이나 치료 후에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저하를 토로한다. 이는 항암 치료 시 흔히 나타나는 인지 장애인 케모브레인(chemobrain)으로 불린다. 일부 연구는 암 생존자 사이에서 치매 발생률이 낮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유방암을 앓은 고령 여성의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연구진은 유방암 생존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평가하고, 치료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국민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개요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수술을 받은 유방암 생존자 7만 701명(평균 나이 53.1세)과 암이 없는 18만 360명(평균 나이 53.3세)의 대조군을 비교 분석했다.
이들을 평균 7.3년 동안 추적 관찰하며, 임상 진단 및 치매 치료제 처방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률을 측정했다.
연구결과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유방암 생존자의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은 1000인년 당 2.45명으로 대조군의 1000인년 당 2.63명보다 낮았다. 특히 65세 이상 유방암 생존자의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은 유의미하게 더 낮았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 효과는 한계가 있었다. 유방암 생존자의 낮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여 생존 5년 후에는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위험이 유방암 치료 기간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치료 방법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방사선 치료가 유방암 생존자의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조정 위험비[AHR], 0.77).
반면 안트라사이클린 화학요법과 타목시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같은 내분비 요법을 포함한 다른 치료법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유방암 생존자는 단기간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약간 감소하며, 특히 방사선 치료 후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소량의 방사선, 신경 보호 효과
방사선 치료가 어떤 이유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공동 저자인 서울대 의대 정수민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적은 양의 방사선이 두경부 쪽으로 향할 수 있다”며 “저용량의 방사선은 항염증 등 신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기존 연구결과가 있다”고 동아닷컴에 설명했다.
많은 환자가 항암치료 과정에서 동반하는 인지장애가 치매로 발전하는 것 아닌지 걱정한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이러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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