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냄새, 여성 것이 더 고약하지만… ‘반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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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2월 8일 10시 17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최대 23번 방귀를 뀐다. 하지만 모든 방귀가 같은 것은 아니다. 여성의 방귀가 남성보다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데,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뉴욕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방귀의 왕’(King of Farts)으로 알려진 위장병학자 마이클 레빗 박사는 1998년 방귀 냄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 영국의학저널(BMJ)이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장(Gu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위장 질환 이력이 없는 건강한 성인 16명을 모집해 핀토콩과 완하제(배변을 쉽게 하는 약)를 차례로 먹게 해 방귀를 유도했다. 그리고 특수 장비를 사용해 참가자들의 방귀 표본을 수집, 성분을 분석했다.

후각 검사도 진행했다. 두 명의 심사위원이 각 방귀 표본에 0점부터 8점까지 등급을 매기도록 했다. 8점은 ‘매우 불쾌함’을 의미한다.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사람의 방귀 냄새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분석 결과 방귀 냄새의 주요 원인이 되는 기체는 황 함유 화합물, 특히 ‘썩은 달걀 냄새’로 잘 알려진 황화수소로 나타났다.
남성이 더 많은 양의 방귀를 배출하는 경향이 있지만, 황화수소 농도는 여성의 방귀가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사람의 감각도 다르지 않았다. 두 심사위원도 여성의 방귀 냄새가 남성 것보다 더 자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러니 여성이 방귀에 대해 더 민망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이성애 남성은 자신의 방귀 소리나 냄새가 들키는 것을 가장 덜 신경 쓰는 반면, 이성애 여성은 가장 신경 쓰는 것으로 2005년 연구에서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반전이 있다. 여성의 더 고약한 방귀 냄새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황화수소는 다량 섭취 시 독성이 매우 강하지만, 여성의 방귀에 섞여 있는 수준의 소량은 노화된 뇌세포를 알츠하이머병(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황화수소는 인체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중 하나가 단백질을 ‘설프하이드레이션’(sulfhydration)이라는 방식으로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뇌세포 간 신호 전달을 돕는 것이다. 이 설프하이드레이션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감소 폭이 더욱 크다.

202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을 발표한 존스홉킨스의대 연구진은 인간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증상이 있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에게 황화수소 운반 화합물(NaGYY)을 투여한 뒤, 12주 동안 기억력과 운동 기능 변화를 추적했다.

행동 검사 결과, 황화수소를 투여한 쥐는 인지 기능과 운동 기능이 50% 향상되었다. 이 쥐들은 치료를 받지 않은 쥐들보다 미로의 탈출구 위치를 더 잘 기억했고, 더 활동적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황화수소를 투여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행동적 결과를 역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상적인 황화수소 수준에서는 글리코겐 신테이스 베타(GSK3β)라 흔한 효소가 신호전달 분자로 작용해 단백질에 화학적 표식을 붙여 기능을 바꾼다. 그러나 황화수소가 부족하면 GSK3β는 타우(Tau) 단백질과 과도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GSK3β가 Tau와 결합하면 Tau는 뇌세포 안에서 엉키고 응집되는 형태로 변한다. Tau 응집체가 커지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차단하고, 결국 신경세포가 사멸한다. 이것이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인지 기능, 운동 기능 상실의 특징적인 원인이다.

이번 연구에선 뇌의 황화수소소 수준을 바로잡음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여러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니 여성 여러분, 앞으론 방귀를 뀌었다고 너무 창피해하지 마시라. 그 역한 냄새가 어쩌면 뇌 건강 증진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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