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특별법 처리전 투자 예비검토’ 카드도 준비… 美설득 총력전

  • 동아일보

[관세 합의 흔드는 美] 김정관-러트닉 ‘관세 회동’
金, 러트닉에 투자 이행 의지 전달… 정부 “국회 권한, 시점 장담 못해”
‘관보 게재 준비’ 압박 전술로 판단… ‘관세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은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내각회의에서 향후 추가 관세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친절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은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내각회의에서 향후 추가 관세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친절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지 사흘 만인 29일(현지 시간) 한미 고위급 대면 협의가 개시됐지만 한미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관세를 낮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 역시 정부에 입법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결국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 시간표를 요구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특별법 처리 전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 검토 및 사전 협의를 협상 카드로 제안하며 미국에 관세 인상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 李 대통령, ‘입법 전 사전 검토·협의’ 전략 지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 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 워싱턴 상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 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 워싱턴 상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과 30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두 차례 회동에서 특별법 처리와 한미 간 합의한 대미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할 순 있어도 법안 처리는 입법부의 고유 권한인 만큼 처리 시점은 못 박기 어렵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말∼3월 초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특별법 처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미국에 신속한 투자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특별법 처리 전 미국이 제안하는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 검토와 한미 사전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도 28일 브리핑에서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 준비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실장은 “법이 통과되고 나서 프로젝트를 검토하면 또 몇 달이 걸리지 않느냐”며 “법 통과 직후부터 신속하게 법 절차가 진행되도록 ‘대외 경제장관 회의’ 등 결의를 통해 예비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정부가 새로운 협상 전략을 꺼내 든 건 투자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진전된 입장 없이 미국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에 특별법이 처리되기 전에는 투자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관세 인상 압박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 우리와 대미 투자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4차례 각료, 실무 협의를 이어오며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한국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로 추진되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1호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美 관보 게재 준비, 압박 전술로 판단”

정부는 두 차례 한미 상무장관 연쇄 회동에 이어 추가 고위급 협의 속도전에 나설 방침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회동을 위해 30일 워싱턴에 도착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많은 나라가)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데 미국도 한국과 합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국익을 중심에 두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미국이 실제 관세 인상에 나서는 강수를 둘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예고 후 미국은 우리 정부에 관세 인상의 효력을 발효시키기 위한 관보 게재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는 취지의 소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7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추가적인 행정명령 서명 없이도 상무부 등 관계 기관이 수정된 관세율이 적힌 관보를 게재하면 관세 효력이 발생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진정성을 보이라는 압박 전술로 판단한다”고 했다.

#한미 협의#관세 인상#대미 투자#특별법#관세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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