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사해 인근 마사다에서 이스라엘군(IDF) 신병들이 40㎞, 10시간 행군을 하고 있다. 천혜의 요새 마사다는 서기 73년 로마군의 무력에 싸우던 이스라엘군이 패색이 짙어지자, 노예가 되길 거부하며 전원 자결한 곳으로 유대인의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성지이다. 마사다=신화 뉴시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 전쟁이 장기화하며 병력 부족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이 여군의 전선 투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더 많은 여성을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가자 전쟁 이전까지 이스라엘 여군은 국경 경비나 서안지구 검문소 등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임무에 배치됐다. 그러나 병력 문제가 심화하면서 여군들도 가자지구와 레바논, 시리아 등의 전장에 직접 투입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군 전투병에서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21%로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전쟁 발발 직전인 14%에 비해 7%포인트 늘었다. 이스라엘은 전쟁 장기화로 병력 수요도 늘어난 데다 전투병을 희망하는 여성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WSJ은 여군의 역할이 확대된 사례로 가자지구의 수색 구조대를 꼽았다. 혼성 전투부대인 이곳은 전쟁 전까지 서안지구의 경비를 서는 등 비교적 안전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개전 이후 건물 잔해에서 시신을 수습하거나 부상자를 구조하는 데 특화된 부대로 탈바꿈했다. 여성을 포함한 부대원들은 가자지구 최전선에서 특수부대와 함께 작전에 투입되고 레바논 전선에도 배치됐다. 현재 수색 구조대의 전투병 중 여성의 비중은 약 70%다.
이스라엘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18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다. 하지만 여성을 전투 부대에 배치하는 것은 그간 논란의 대상이었다고 WSJ은 짚었다. 적군에 붙잡혔을 경우 남성보다 고문·강간의 위험이 크고, 종교적인 이유로 일부 남성 군인들이 여성과 같은 부대 배치를 꺼린다는 이유 등에서다. 전투 분야의 핵심 지위는 여전히 여성에게 폐쇄적인 등 군 내 완전한 평등은 여전한 과제다.
다만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여군의 활약은 여성 전투 부대 배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집트 국경 순찰 임무를 맡았던 카라칼 대대 소속 여성 전차병들이 이스라엘 일부 지역이 포위되자 사막을 가로질러 하마스 전투원들과 교전을 벌여 화제가 됐다. 당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헤르지 할레비는 “(여군이) 하마스에 대항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전투를 벌인 것은 여성의 전투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높은 여성 전투병 비율은 현대 군대에서 보기 드물다고 평가했다.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 현대전쟁연구소의 제이콥 스토일 응용역사학과 학과장은 WSJ에 “군이 여성을 전투 임무에 투입하는 데는 이념, 평등,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며 “이스라엘에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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