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전투기 50여 대를 동원해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 원심분리기와 미사일 생산 시설을 공습했다.
18일(현지시간) CNN, 타임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정보부의 도움을 받은 50대가 넘는 전투기가 테헤란 지역 군사 목표물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IDF는 목표물 중에는 지대지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생산하는 시설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IDF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테헤란에 있는 원심분리기 생산 시설을 공격했다면서 “이란 정권은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폭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 최고 지도자의 제거 작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이란에 대해 “무조건 항복하라”고 강하게 압박한 후 발생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뒤 고조된 양국 간 군사 충돌은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CNN은 17일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 공격에 미국 자산을 활용하는 데 대해 점점 긍정적으로 기울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책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이른바 ‘최고 지도자’가 어디 숨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제거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났다”고 적었다. 또 “이란은 무조건 항복하라. 이제 우리는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졌다”고도 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외곽 도로에 도시를 벗어나 대피하려는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X
이에 맞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알리가 카이바르로 돌아왔다”는 문구와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그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는 없다. 그들과 어떤 타협도 없다”며 다른 게시물에서는 “전투가 시작된다”고도 적었다.
하메네이는 쿠란 61장 13절을 인용해 “알라의 도움과 임박한 정복이 있을 것”이라도 했다. 이는 트럼프의 ‘항복’ 요구 이후 하메네이가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관리들은 미국이 개입할 경우,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시작으로 중동 전역의 미군 자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란 역시 최근 이스라엘을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1’을 동원했다고 밝히는 등 보복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테헤란 주민들의 대규모 탈출 행렬도 감지되고 있다.
AP·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테헤란 전역에는 크고 작은 폭발음이 울렸다. 오전 5시경에는 도시 전체에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기도 했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테헤란 외곽으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이 차량으로 가득 차 정체가 극심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테헤란을 벗어나기 전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채우려는 차량들로 주유소마다 긴 줄이 형성된 모습도 담겼다.
미국 CNN 방송은 테헤란 일부 주유소에서 주유량이 25리터로 제한됐으며, 현금 인출기 일부는 출금 가능 금액에 제한이 걸렸다고 전했다. 한 테헤란 주민은 AP통신에 “지금은 마치 이 도시에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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