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팔, 국가 인정” G7 3번째… 트럼프 “이러면 관세합의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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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국 이어 인정 의사 밝혀… ‘가자봉쇄 이스라엘 제어’ 여론 확산
트럼프 “국제사회 부적절 행보” 비판… 이 “런던-파리에 세우든지” 쏘아붙여
식량 대기 주민에 발포… 48명 사망

지난달 3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자와이다 주민이 국제사회가 공중 투하한 보급품을 들고 가고 있다. 자와이다=AP 뉴시스
지난달 3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자와이다 주민이 국제사회가 공중 투하한 보급품을 들고 가고 있다. 자와이다=AP 뉴시스
이스라엘의 봉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캐나다가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을 지난달 30일 밝혔다. 지난달 24일 프랑스, 지난달 29일 영국에 이어 주요 7개국(G7) 중 세 번째다. 같은 달 28∼3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두 국가 해법에 관한 고위급 회의’에서도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포르투갈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몰타 등 총 15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지지하는 성명에 서명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별도 국가를 설립해 공존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스라엘과 친이스라엘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이런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이번 행보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카니 “9월 유엔 총회 때 팔 국가 인정 가능”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30일 행정수도 오타와 연방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80차 회기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를 배제한 팔레스타인의 총선 실시, 팔레스타인 비무장화, 장기 집권과 부정부패로 비판받고 있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체제의 개혁 등을 ‘주권국가 인정’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카니 총리는 “오늘 아바스 수반과 장시간 통화해 개혁의 약속을 확인했다”며 “팔레스타인이 강력한 민주주의 통치 체제를 가질 수 있도록 캐나다가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회원 국가가 아니다. 2012년 유엔 총회에서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승격해 현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47개국(바티칸 교황청 포함)에 이른다. 하지만 주권국가 인정의 키를 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결되지 못한다. 실제로 2011년과 지난해 4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팔레스타인의 정회원 승격이 부결됐다. 미국과 가까운 한국과 일본 등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봉쇄와 대규모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기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스라엘을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 트럼프 “캐나다 팔 인정하면 관세 합의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2023년 10월부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아직 휴전 협정을 맺지 못한 상태에서 캐나다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먼저 인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가 캐나다와 무역 협정을 맺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신 그는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를 이스라엘에 긴급히 파견했다. 윗코프 특사는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배급소 등을 방문하고 상황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르 오하나 이스라엘 의회 의장은 같은 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의사를 밝힌 서방 주요국을 향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라”고 쏘아붙였다. 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면 선제공격으로 이번 전쟁을 일으킨 하마스에 보상을 주는 것이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수도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식량 배급을 기다리던 가자 주민에게 발포해 주민들이 사망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가자의 한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이 발생해 식량 배급을 기다리던 주민 최소 4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가자지구#식량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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