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대규모 이주를 위해 아프리카의 남수단과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외로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AP통신은 12일 이 문제에 정통한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남수단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을 이주 및 정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미국 로비업체 설립자 조 슬라빅 씨은 남수단 관리들로부터 이 협상에 대해 보고받았다며, 이스라엘 대표단이 팔레스타인들을 위한 임시 캠프 설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남수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수단 시민사회단체 대표인 에드문드 야카니 씨도 남수단 관리들과 이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4명의 관리들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집트 관리 2명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받아들일 국가를 찾기 위한 노력을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남수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도록 로비 활동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현재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외부 이주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 인근 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은 가자지구 주민 이동 계획이 같은 아랍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보는 데다가, 자국 영토로 난민이 대거 유입될 것도 우려한다. 아랍연맹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뿐만 아니라 유엔 등 국제기구 인사 다수가 민간인의 강제 이주는 전쟁범죄 및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해왔다.
당초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지지를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아랍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를 우선해 주민을 이주시키는 구상을 세웠으나 최근엔 남수단, 소말리아, 소말릴란드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유사한 재정착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중 남수단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이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계산을 세우고 협상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남수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 이주 계획에 찬성하는 만큼, 이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카드로도 쓸 수 있다는 속내도 있다.
남수단은 2013년 내전이 발생해 5년간 이어졌고, 2020년 과도 정부가 출범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소수 민족 간 충돌이 벌어지면서 치안 불안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미 국무부는 범죄, 납치, 무장충돌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남수단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했고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해서도 개인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올 5월엔 미국 내 남수단인 비자에 대해서도 전격 취소 조치도 내려졌다. 남수단 측은 각종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끊긴 국제 원조도 재개를 요청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에 대한 점령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공습 강도를 높이면서 최근 24시간 동안 최소 8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이 12일 보도했다. 가자지구 민방위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 내각에서 가자지구 작전 확대가 승인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강화됐다. 11~12일 격렬한 공습이 이뤄져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식량 배급을 기다리던 주민 최소 15명이 공습으로 희생됐다. 남부 칸유니스에서는 주택 공습으로 부부와 어린이 등 5명이, 인근 마와시 난민촌에서도 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구호 당국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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