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한국 언론 첫 인터뷰
5세이하 아동 영양실조 최악 인재… 주민 95%는 물도 제대로 못마셔
가자지구 최고의 처방약은 평화… 한국도 전쟁 종식 목소리 내주길
李대통령에 당선축하 서한도 보내
2017년 7월부터 세계보건기구(WHO)를 이끌고 있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한국 언론 중 동아일보와 27일(현지 시간) 첫 인터뷰를 갖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사진 출처 WHO 웹사이트
“한국이 대규모 기아와 살상이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 달라.”
2017년 7월부터 세계보건기구(WHO)를 이끌고 있는 ‘세계의 보건 대통령’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60)이 2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에티오피아인인 그는 WHO의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으로 취임 후 한국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로 어린이를 포함해 매일 최소 90명의 가자 주민이 숨지고 있다. 가자에서 벌어지는 불필요한 죽음과 고통은 어떤 분쟁지의 비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고 했다.
28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7일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는 약 6만2966명이 숨졌다. 부상자 또한 15만9266명에 달한다.
전쟁 초기에는 대부분의 사망자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구호품을 전쟁 자금으로 쓴다’며 올 3월부터 가자지구 전체를 전면 봉쇄하면서 최근에는 상당수가 ‘기아’로 숨지고 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발언 또한 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948년 설립된 WHO의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함께 ‘세계 5대 국제기구’로 꼽힌다.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 이종욱 박사가 제6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 “가자 상황은 최악의 인재”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을 ‘최악의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봉쇄로 “생후 6∼59개월 아동의 급성 영양실조 수치(GAM)가 최근 3배로 증가했다. 실상은 더 참혹하고,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더미 뒤지는 가자지구 어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거점 도시인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소년이 불쏘시개용 재료를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가자시티=AP 뉴시스그는 “가자 주민의 95% 이상은 최소한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식량 부족도 심각하다”고도 했다. 약 230만 명인 가자 주민 중 218만5000명이 잠재적 기아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소 51만4000명의 가자 주민이 직접적인 기아 상태라고 보고 있다.
기아에 따른 아동 사망자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가자 당국에 따르면 기아 사망자의 약 30∼40%가 어린이다. 영국 가디언 또한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최근 치료받은 외래 환자 3명 중 1명은 15세 미만 아동이라고 27일 보도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이런 전대미문의 인도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체를 완전히 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실시하면서 병원, 의료인, 언론인, 구호 인력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선 최소 479명의 구호 활동가가 사망했다. 26일에도 가자지구 남부의 한 병원이 공격받아 로이터통신, NBC방송 등 서방 언론사 기자를 포함한 2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그는 “언론인과 의료인에 대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WHO 직원 숙소가 공격받았고, 의약품과 물자를 보관하던 WHO의 창고도 파괴됐다”면서 “이스라엘군의 수색에 WHO 직원이 수갑을 차고 옷이 벗겨진 채 신문을 받기도 했고, 아직 구금돼 있는 동료도 있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 외교장관 시절 방한… 첫 아프리카 출신 WHO 수장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드러냈다. 외교장관 시절인 2013년 방한해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에티오피아군의 6·25전쟁 참전비에 식수했다. 또 올 6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축하 서한도 보냈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 겸 보건의료 선진국이 된 만큼 “가자지구에 대한 더 많은 자금 및 의료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대한 가장 큰 약은 ‘평화’”라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강화, 인질의 빠른 석방,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팔레스타인 지부를 통해 가자지구를 지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증진을 위해 WHO와 600만 달러(약 83억1000만 원)의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구호 인력 및 의료진 파견은 하고 있지 않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1965년 에리트레아 아스마라에서 태어났다. 에티오피아와 이웃한 에리트레아는 당시에는 에티오피아 영토였으나 1993년 독립했다. 아스마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영국 노팅엄대로 유학을 떠나 보건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 에티오피아 보건장관, 외교장관 등을 지냈다. 외교장관 시절 이집트와 수단의 수자원 분쟁을 중재했고,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에도 관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1965년 에리트레아 (당시 에티오피아 영토) 출생 △영국 노팅엄대 보건학 박사 △2005∼2012년 에티오피아 보건장관 △2012∼2016년 에티오피아 외교장관 △2017년 7월∼현재 제8대 WHO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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