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적대국이었던 시리아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단교, 원유 수출 금지 등의 제재를 풀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과 만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브라함 협정’에 시리아도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갈등을 빚은 이란에도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 이란과 거래하고 싶다”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다만 “이란이 ‘올리브 가지’(핵 협상 제안)를 거부한다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고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관세 전쟁’을 벌였던 중국과도 최근 스위스에서 협상을 갖고 90일간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12일 합의했다. 이후 시리아와 이란을 상대로도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실용주의’라는 평가와 ‘원칙 없는 좌충우돌’이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
‘예측불허’ 트럼프, 시리아 임시 대통령 만나고 이란에도 손짓
중동 순방 중 “시리아 제재 해제” 첫 방문지 사우디서 “난 피스메이커”… 시리아의 광물 공동개발 러브콜에 “모든 제재 풀겠다” 국익 극대화 행보… 이란 향해선 “협력관계 구축 준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왼쪽부터)이 14일(현지 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회동했다. 하루 전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샤라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출처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X’
“나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peacemaker)’이고 ‘통합하는 사람(unifier)’이다.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13일(현지 시간) 대(對)시리아 제재를 전격 해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과 만나 시리아와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1971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3년간 시리아를 철권 통치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과 아들 바샤르 전 대통령은 반대파에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지탄받았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을 제어하기 위해 1979년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아사드 정권의 대량 학살이 본격화하자 시리아와 단교했고 시리아 투자도 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시리아에 화해 손짓을 보낸 건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출범한 시리아 과도정부와 협력하는 게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샤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내 광물자원 개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집권 1기 때부터 갈등을 빚었던 이란에도 “영원한 적은 없다”며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외교정책의 재편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진단했다.
● 시리아, 경제 협력으로 트럼프에 ‘구애’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시리아가 위대함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제재 해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의 우선순위는 항상 평화와 파트너십”이라며 “시리아, 행운을 빈다.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는 하루 뒤 샤랴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집권 1기에 UAE,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며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에 시리아도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더 많은 아랍 국가를 이 협정에 참여시킬 뜻도 밝혔다. 시리아에 근거지를 뒀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재등장을 막기 위한 협력 강화도 요구했다.
샤라 대통령은 미국 기업의 시리아 투자를 당부했다. 시리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랜 내전 등으로 경제가 피폐한 상태다. 그는 또 ‘마셜 플랜’(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유럽 부흥을 위해 제공한 대규모 공적 원조) 방식의 시리아 재건 구상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국 광물자원을 미국과 공동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미국을 적대시했던 시리아의 변화는 이 나라들의 중동 내 영향력을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 트럼프, 이란과 시리아에 ‘실용 외교’ 구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선 “과거의 갈등을 끝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러분(이란)의 지역과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9일 이란에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한 달 만에 완전히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입장 변화는 ‘트럼프식 실용 외교’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뒤 중국과 극한의 통상 전쟁을 벌이다 12일 전격적인 관세 인하에 합의한 것도 실용주의의 연장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의 통상 협상 타결을 높이 평가하며 “실용주의적 태도는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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