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단속 반발 시위 사흘째 격화… 해병대 500명 추가 ‘배치 준비’ 전환
자율택시 불타고 고속도 점거당해… 州방위군 스펀지탄에 취재기자 부상
‘정책실패 논란 불끄려 軍동원’ 해석도
英가디언 “트럼프 ‘내부의 적’ 찾아”… 野 강세지역 시위에 초강경 대응
시민단체 “14일 전국서 시위 벌일것”… 트럼프 군사행진 예고해 충돌 우려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주 방위군이 대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992년 폭동 후 33년 만에 로스앤젤레스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그는 500명의 해병대원 배치도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로스앤젤레스가 불법 이민자와 범죄자에게 점령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주 방위군 300명을 투입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6일부터 계속되자 사흘 만에 전격적인 군 투입을 단행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군대가 투입된 것은 인종차별 문제로 촉발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33년 만이다. CNN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다운타운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해병대원 500명도 추가 배치하겠다”고 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야당 민주당 인사들은 군대 철수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뉴섬 주지사는 군 투입이 위헌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장남이 SNS에 올린
‘1992년 폭동에 맞선 한인’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9일 트루스소셜에 “루프톱의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상점을 지키기 위해 옥상에 올랐던 무장 한인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 트루스소셜 캡처그러자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9일 트루스소셜과 인스타그램 등에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한국계 남성이 총기를 들고 옥상에 있는 사진을 올리며 “루프톱(옥상)의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 “한인들이 옥상에 오르자 폭동이 멈췄다”고 썼다.
당시 한인 타운에선 약탈과 방화가 대거 발생했고 교민들은 자경단을 구성해 대응했다. 6일 동안 63명(한국계 1명)이 숨졌는데, 당시 교민들의 자경단 활동은 치안이 붕괴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폭도에 맞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옥상 한국인’ 이미지 게시물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이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해병대 추가 투입도 시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8일 로스앤젤레스의 연방 구금시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소도시 패러마운트 등에 주 방위군 300명을 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고 질서가 회복될 것”이라며 거듭 군 투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시위대를 “돈을 받는 반란군(Paid Insurrectionists)”이라고도 했다.
그는 같은 날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도 “그곳(로스앤젤레스)에서 엄청난 폭력이 있었다.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면 무엇이든 보낼 것”이라며 해병대 추가 투입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 주둔 중인 제7해병연대 제2대대 소속 해병 500명 또한 ‘배치 준비’ 상태로 전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과 시위대에 ‘내란법’ 적용이 가능한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방위군이 배치된 패러마운트는 지난해 기준 인구 5만1000명 중 82%가 라틴계다. 특히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대거 모이는 이곳의 홈디포 매장 앞에서 적지 않은 불법 이민자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투입 사실이 알려지자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심 곳곳에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가 화염에 휩싸였고 일부 시위대는 101번 고속도로의 통행을 막았다. 경찰,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주 방위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스펀지탄 등을 발사해 취재 중이던 기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 정책 실패 논란 잠재우고 지지층 결집 목적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관세, 감세 등 자신의 주요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분노, 공포 등을 조장할 ‘내부의 적’을 찾았다고 진단했다.
그의 핵심 지지층이 반이민 정책을 선호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8일 CBS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찬성한다’는 답이 54%로 반대(46%)보다 높았다.
뉴섬 주지사와 ‘진보의 성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개인적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뉴섬 주지사는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주요 후보로 꼽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고교 스포츠 출전 허용 같은 캘리포니아주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각종 재정 지원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민이라는 자신의 핵심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강세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치적 라이벌과 벌이는 대결”이라고 평했다.
● 샌프란시스코 등으로도 시위 확산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8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최근 전국적인 반트럼프 시위를 조직해온 시민단체 ‘50501’은 대통령의 79세 생일인 14일 수도 워싱턴을 포함한 전국에서 ‘왕은 없다(No Kings)’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을 하겠다고 공언해 양측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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