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나토정상회의 앞두고 압박
韓-日에도 적지않은 청구서 들이밀듯
한국, 작년 GDP 대비 2.6% 사용
美민주 “불필요한 마찰 일으켜” 우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지출 확대 약속은 아시아를 포함한 모든 동맹국이 따라야 할 새로운 기준이다.”
18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4, 25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다시 한 번 압박했다. 미국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방비 또는 국방 관련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한국, 일본 등에 적지 않은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 동참을 요구하는 한편 나토 동맹의 결속을 촉구했다. 미국의 요구를 따르는 대신 미국도 나토에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 쏠린 틈을 타 러시아가 유럽 안보에 위협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2026 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을 언급하며 “방위비를 늘리고 있는 일부 동맹국들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더 빠르게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다음 주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은 GDP의 5%를 국방비 및 국방 관련 투자에 지출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를 포함한 모든 동맹국이 따라야 할 새로운 기준이 됐다”고 못 박았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북한,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며 “아시아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우리의 동맹국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가 그들보다 그들의 안보를 더 바랄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GDP 대비 2.6%를 국방비로 사용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 기준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토 회원국에 적용한 수치를 그대로 요구할 경우 한국도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부장관(왼쪽), 앤디 김 미 상원의원.미국 민주당 등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커트 캠벨은 이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콘퍼런스에서 “(주한미군 조정 등은)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의 근본적인 약속에서 물러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앤디 김 미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 역시 “우리가 진정한 전략적 도전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우리와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 간에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 EU,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 동참 호소
당장 다음 주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압박에 직면한 유럽은 국방비 지출 확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러시아는 지난해 EU 회원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국방비로 지출했고 올해는 자국의 보건, 교육, 사회 부문 지출보다 더 많은 돈을 국방비로 썼다”며 “모든 유럽 국가와 나토 동맹국들은 국방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칼라스 대표는 “나토 정상회의는 무엇보다도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가 국방에 투자할 때 그것은 또한 전쟁 억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다룰 GDP의 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는 안건에 회원국들이 동참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나토 32개국 중 23개국이 EU 회원국이다.
동시에 나토에 대한 미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칼라스 대표는 “동맹의 단결을 유지하는 것이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우리는 함께 뭉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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