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닌 메드베데프 때리는 트럼프…공생관계?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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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에서 “실패한 전 대통령…입조심하라”
메드베데프 “워킹 대드” 상기시키며 핵보복 강조
NYT “위상 차이 큰 두 사람의 설전 매우 이례적”

【마닐라=AP/뉴시스】
【마닐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소셜 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가 30일 자정 무렵 소셜 미디어에 메드베데프를 “실패한 전직 러시아 대통령”이라며 “입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자 메드베데프가 3시간도 채 안 돼 트럼프에게 종말을 그린 TV 시리즈 “워킹 데드”를 상기시키며 소련의 최후 수단이던 자동 핵보복 발사 체계를 언급했다.

메드베데프는 “러시아는 항상 옳으며 자신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이번 여름 들어 두 번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의 설전이 강대국들이 말로 서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동시에 설전 당사자의 위상이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세계 최강 군대를 지휘하지만 메드베데프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소셜 미디어 전담 공격수로 여겨진다.

두 사람의 격렬한 설전은 러시아의 핵 위협과 트럼프의 독설이 마주치면서 폭발적 조합의 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미 워싱턴 가톨릭대 마이클 키마지 교수는 “외교 메시지는 극도의 신중함과 절제가 요구되는 행위”라면서 “잘못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초기 핵위협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못하게 막으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위협을 억제했다. 트럼프의 친러 성향을 활용하려는 의도였다.

이후 트럼프가 푸틴에 실망하면서 러시아의 발언이 변하고 있다. 푸틴과 푸틴 대변인은 직접 나서지 않지만 대신 메드베데프 같은 인물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트럼프가 10일 이내에 러시아를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인 지난 28일 영어로 X에 올린 글에서 “모든 최후통첩이 위협이며 전쟁으로 향하는 걸음”이라고 썼다.

메드베데프는 또 트럼프가 대선 유세 동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3차 세계대전을 초래할 위험인물로 비판했던 점을 꼬집으면서 “슬리피 조(트럼프가 바이든을 조롱하던 표현)의 길로 가지 말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유럽대 그리고리 골로소프 교수는 트럼프와 메드베데프가 공생관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메드베데프를 공격함으로써 푸틴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 강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로소프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 하지만 푸틴과 여전히 거래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푸틴의 오랜 충성파였던 메드베데프는 2012년 대통령직을 푸틴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푸틴은 2020년 정부 개편에서 메드베데프를 총리직에서 해임하고,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라는 상징적 역할을 부여했다.

2022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메드베데프는 푸틴이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푸틴 대변인보다 더 노골적으로 핵전쟁을 위협해왔다.

메드베데프의 강경 발언은 푸틴의 용인 아래 이뤄지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러시아의 핵 위협을 증폭시키면서도 푸틴은 온건 지도자로 포장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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