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ICE청사 앞에서 성공회 뉴욕교구 매튜 헤이드 주교가 고 씨의 석방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미교협 제공
성공회 신부인 어머니를 따라 적법하게 미국에 와 대학에 다니던 한국인 대학생이 비자 문제로 법원에 출석했다가 미국 이민 당국에 억류됐다. 성공회 교구와 현지 이민 및 한인 단체들은 이민 당국이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갖춘 이들까지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다며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공회 뉴욕 교구, 뉴욕 인터페이스 센터, 뉴욕 이민자 연맹 등은 2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 청사 앞에서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1일 ICE 요원들에게 체포된 고연수(20) 씨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고 씨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여성 성공회 사제 김기리 신부의 딸이다. 2021년 종교비자(R-1)의 동반가족비자(R-2)로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입국해 뉴욕에서 고교 졸업 후 퍼듀대에 재학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함께한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김 신부가 소속 교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R-1 청원이 지난 3월 21일자로 철회됐다며 고 씨의 체류 신분도 종료됐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고 씨는 2023년 5월 15일 신분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 다음 달인 6월 7일 승인을 받았고, 이에 따라 올해 12월 12일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자격이 있었다는 게 고 씨 측 주장이다.
미교협은 “고 씨는 합법 체류 신분인데도 서류미비자로 분류됐다”며 “잘못된 해석에 근거해 재판에 회부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가 붙잡혀 구금됐다”고 지적했다. 고 씨 측은 “현재 보석이나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는 과도한 행정 집행이며 법적 절차 보장에 위배 된다”고 강조했다. 고 씨는 현재 맨해튼 ICE 청사에 임시 구금된 상태로 조만간 다른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날 집회에는 고 씨의 고교 동창들이 함께 참석해 고 씨의 석방을 눈물로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성공회 뉴욕교구 매튜 헤이드 주교는 “지금 정부의 이민자 정책은 잔혹하고 혼돈에 빠져있다”며 “오늘 우리는 고 씨의 석방 뿐 아니라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성공회 뉴욕교구 마리사 시폰테스 신부도 “이민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헌법에 따라 모든 사람이 법적 절차를 적용받을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뉴욕시 관계자 및 이민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뉴욕시의회 이민위원장 알렉사 아빌레스 시의원은 “뉴욕시는 이민자 보호 도시”라며 “시정부도 이민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내 200여개 이민단체 연합체인 뉴욕이민자연맹의 무라드 아와데 사무총장은 “고 씨를 비롯해 부당한 체포과 감금에 시달리고 있는 커뮤니티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힘을 모아 ICE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자”고 촉구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단속 실적을 늘리는 과정에서 표적 단속 및 부당한 구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비자 문제로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했다가 ICE에 붙잡히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이민자들로서는 법원 출석을 피할 수도, 마음 놓고 출석할 수도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달 21일에는 미국 영주권자인 김태흥(40) 씨가 남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다녀오다 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일주일 넘게 억류되는 사건도 있었다. 미교협에 따르면 이민 당국은 김 씨의 구금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변호사 상담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가족들은 2011년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 기소 전력이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추정할 뿐이었다.
김 씨의 변호사 칼 크루스 씨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김 씨를 접견하지 못한 상태”라며 “현재 애리조나주의 불법 이민 교도소에 수감됐고 이민추방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5살 때 미국에 와 35년 간 미국에 살며 현재 텍사스 A&M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라임병 치료 연구팀에서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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