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일괄 15%’ 아닌 ‘기존관세+15%’…당혹한 日, 부랴부랴 수정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6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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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 美日 합의 내용과 달라” 초비상

지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나 관세 협상을 하기 전 직접 서명한 모자를 건네고 있다.(출처 백악관) ⓒ News1
지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나 관세 협상을 하기 전 직접 서명한 모자를 건네고 있다.(출처 백악관) ⓒ News1
이달 7일부터 발효되는 미국과 일본의 상호관세 세율이 ‘일괄 15%’가 아닌 ‘기존 관세+15%’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유럽연합(EU)와 같은 일괄 15%로 알고 있던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에 수정을 요구하며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이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미국에 대해 ‘기존 관세+15%’가 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기존 관세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과 미국은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 ‘15%’ 아니라 ‘+15%’… 일본 정부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양국 무역협상을 타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은 X에 이 사진을 게재하며 ‘일본과 대규모 협상(Massive Deal with Japan)’ 문구를 달아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상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교외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상호관세 발표가) 미국 측 각료에게 들은 설명과 다른 내용이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달 23일 대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관세도 기본세율을 포함해 15%로 타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미국 측과 기존 관세율을 포함해 최대 15%를 넘지 않도록 하는 특례 조치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관세가 15% 미만인 품목은 상호관세 15%가 적용되고, 기존 관세가 15% 이상이던 품목은 상호관세를 추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5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연방 관보에 게재한 대통령 행정명령에는 이 특례 조치가 유럽연합(EU)에만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기존 관세에 15%가 추가 부과되는 ‘기타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됐다.

즉, EU는 미국에 수출할 때 기존 관세와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율이 매겨진다. 반면 일본은 기존에 부과하던 관세에 더해 15% 관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일본산 의류에 기존 4%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었다면 특례 대상국은 총 관세율이 15%로 제한되지만, 특례에서 제외된 국가는 기존 4%에 더해 15%가 추가되어 총 19%의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자동차의 경우 일본은 기존에 미국에 수출 할 때 2.5%의 관세가 붙었고, 한국은 붙지 않았다.

만약 새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일본은 ‘2.5+15%’로 즉 17.5%를, 한국은 ‘0%+15%’로 즉 15%의 관세가 매겨진다. 한국차가 일본차보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우위를 누리게 된다.

다만 자동차는 상호관세가 아니라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이라 추후 바뀔 가능성도 있다.

● 부랴부랴 미국에 관료 급파… 日정부 내에서도 ‘갈팡질팡’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상. 도쿄=AP/뉴시스
아카자와 재생상은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미국으로부터 경위를 설명받고 그(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한 내용을 실현해 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합의 전후를 포함해 설명을 들은 것과 다른 내용이 됐다”고 했다. 일본과 미국이 애초 합의한 내용과 미국 관보에 발표된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1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관세 합의 과정에서 일본이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5000억 달러에 대해 “야구 선수 계약금과 같다”, “우리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미국과 일본의 합의가 명문화되지 않았고 양측의 주장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일본 니혼TV는 미일 양국의 인식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했다. 니혼TV는 “원래 실무를 담당하는 관료끼리 협의를 만든 뒤 정상이 합의를 하는데, 이번에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미팅 중에 갑자기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낮추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세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동시에 미일 간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인식 차이를 자꾸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할 경우, 미국이 일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합의 사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을지, 안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미일#상호관세#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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