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트럼프 중재로 ‘평화 선언’ 서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0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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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하고 있다. 백악관 엑스
각각 옛 소련에 속했지만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뒤 내내 영토 분쟁을 벌였던 카스피해 일대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8일 평화 선언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 등과 접해 있고, 일대의 원유·천연가스 송유관 지나는 통로 역할을 해와 전략적 가치가 높다. 재집권 뒤 인도와 파키스탄, 르완다와 민주콩고, 캄보디아와 태국 등 각 지역의 분쟁을 중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추가로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선언에 서명했다. 법적 효력을 가진 협정은 아니지만 줄곧 대립했던 두 나라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35년간 싸워왔지만 이제 ‘친구’가 되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친구로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언의 핵심은 미국이 아르메니아 영토를 통과하는 약 43.5㎞의 통로를 개발해 아르메니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있는 아제르바이잔과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을 연결한다는 데 있다. 나히체반 공화국은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를 사이에 두고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격리돼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줄곧 나히체반에 닿을 수 있는 통로를 아르메니아에 요구했지만 아르메니아 측이 좀처럼 동의해주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하고 있다. 백악관 엑스
이번 선언으로 미국은 해당 통로를 개발하고 관리할 독점적 권리를 가지게 됐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은 통로를 개발할 독점적 권리를 99년간 가지며, 조만간 컨소시엄을 꾸려 철도와 송유·가스관 등을 건설하기로 했다.

알리예프 대통령과 파시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 종식에 기여했다며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추켜세웠다. 이번 통로의 이름 또한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의 길’로 부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통로 명칭에 내 이름을 붙이는 건) 큰 영광”이라고 반겼다.

기독교도가 다수인 아르메니아와 무슬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은 아제르바이잔 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줄곧 영토 분쟁을 벌였다. 아제르바이잔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약 15만 명 인구 중 80%(12만 명)이 아르메니아계다. 이들은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강경 무장 투쟁을 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언으로 카스피해 일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를 신경쓸 여력이 감소하자 미국이 이를 틈타 일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 외교부는 평화 선언 후 “(미국의) 개입으로 새로운 분열이 초래돼선 안 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모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 또한 “우리 국경 근처를 지나는 통로 건설을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도널드 트럼프#평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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