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삼성전자 등에 반도체 보조금 대가로 지분 요구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0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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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과 협상중인 방식, 외국기업에도 적용 모색
러트닉 “그냥 돈 주는건 말 안돼…지분 받아야”
공장 짓고 있는 업계 당혹…“美 신뢰 떨어뜨려”

해당 기사 - 로이터 갈무리
해당 기사 - 로이터 갈무리
“왜 인텔이나 TSMC 같은 1000억 달러, 1조 달러 규모의 기업들한테 그냥 돈(반도체 보조금)을 퍼줘야 하나? 그냥 돈을 주는 건 말이 안된다. 돈을 주는 대신 우리는 지분을 받아야 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19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받는 회사들에게 그 대가로 지분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인텔에 1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인텔 지분 10%를 획득하는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를 대미 반도체 투자를 진행한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에도 확대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당초 대미 반도체 시설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당근’으로 제시했던 칩스법 보조금을 돌연 기업 지분 획득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 투자만 해달라더니…돌연 지분 요구

이날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 등 소식통을 인용해 “러트닉 상무장관이 인텔 외 다른 회사에도 반도체 보조금을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려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참여는 하고 있지만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건 527억 달러 규모의 칩스법 예산을 관리하는 러트닉 상무장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보조금을 주고 기업 지분을 받는) 아이디어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당초 칩스법 보조금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부흥을 위해 한국과 대만 등 해외의 경쟁력 있는 반도체 기업을 미국으로 유인하려 만든 것이었다. 이에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말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47억5000만 달러, SK하이닉스에 4억5800만 달러를 비롯해 마이크론에 62억 달러, TSMC에 66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 액수를 확정했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이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지급 액수에 대한 재검토 및 재협상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보조금 대부분이 아직 기업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분 요구’라는 새로운 조건이 추가된 데 대해 “전문가들이 전례없는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업계 “대미 투자 신뢰 사라져” 반발

이날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칩스법 보조금의 대가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받는 것이 미국 납세자들을 위한 정당한 접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반도체는 여기, 미국 내에서 직접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는 우리 정책의 핵심이고 한국과의 합의에도 포함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때 약속한 자금을 지급하되, 그에 상응하는 지분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그 돈(칩스법 보조금)을 그냥 줘버리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위한 지분으로 바꾸려 한다. 이것이 트럼프의 방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민간 기업 개입이 ‘기업 국가주의(corporate statism)’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전해진 소식에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공장을 거의 완공하고 가동을 앞두고 있고, TSMC는 지난해 말 가동에 돌입한 애리조나 1공장 외에도 2, 3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의 대가로 지분을 준다면 그 순간부터 보조금이 아니게 되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와 대미 투자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방안으로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궈지훼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TSMC는 국유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라며 “TSMC 및 TSMC 주주인 국가개발위원회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상무장관 발언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논의와 평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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