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한국인 구금]
트럼프는 ‘전문직 비자 확대’ 시사… 안보장관은 “매일 이런 단속 가능”
‘마가’ 겨냥 反이민정서 자극 전략… 내년 중간선거까지 혼란 지속될듯
美서도 “트럼프 자충수” 잇단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성경박물관에서 열린 백악관 종교자유위원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왼쪽 사진). 그는 전날 “전문가를 불러들여 미국인을 훈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전문직 비자 확대를 시사했다. 반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은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브 아이스’ 국토안보 담당 장관 회의에서 취재진에게 “구금된 한국인들은 대부분 출국 명령을 무시했으며,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런던=AP 뉴시스
8일(현지 시간) 미국 불법 이민자 단속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은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에 대해 “출국명령을 어겨 구금됐고, 곧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외국 기업이 배터리, 컴퓨터, 조선 등 제조업 분야의 인재를 신속하게 미국에 데려올 수 있도록 돕겠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지지층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非)백인 이민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단속 장면을 연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지지층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 여부를 판가름할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반이민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제조업 유치 vs 불법 체류자 추방’ 엇박자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 국토안보 담당 장관 회의 참석차 8일 영국 런던을 찾은 놈 장관은 HL-GA 단속에서 체포된 한국인들에 대한 질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에서 사업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당한 법 집행을 했다”며 “기업들이 미국 시민을 고용하고, 미국 법에 따라 올바른 방식으로 사람들(외국인 직원)을 데려올 것을 장려한다”고 했다.
또 한국인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HL-GA 관련 구금자 중 ‘소수’에 대해 “단지 최종 출국명령을 무시하는 것 이상의 범죄 활동을 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이민 당국은 한국인 300여 명 등 총 475명을 체포하면서 외국인 불법 채용, 은닉 등의 혐의를 받는 라틴계 직원 4명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놈 장관의 발언은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조지아주 HL-GA에 이어 6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패트리엇 2.0’, 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드웨이 블리츠’ 작전 등 연일 고강도 이민 단속을 실시하는 배경에 대해선 “모든 것을 전속력으로 진행 중이고,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 매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백악관 실세로 꼽히는 스티브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내건 ‘불법 이민자 연간 100만 명 추방’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체포가 가능한 대형 사업장 단속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도 7일 CNN에 출연해 앞으로 HL-GA와 같은 단속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당국자 발언 간 온도 차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투자 유치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외국기업에 대한 강경한 이민자 단속을 강조하기는 어렵다”며 “핵심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를 놈과 호먼이 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조지아 단속은 마가노믹스 자충수”
전문직 취업비자(H-1B) 취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자여행허가제(ESTA)나 단기 방문비자(B1·B2)를 활용한 기업들에 이민 단속의 화살을 겨눈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L-GA는) 트럼프의 두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 단속과 미국 제조업 재건이 충돌한 뜻밖의 장소”라며 “이들(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기업 활동이 진전되지 못하니 미국 경제를 위해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뉴요커는 “대미 투자를 장려한다더니 조지아주에서 단속을 벌이는 식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트럼프의 ‘마가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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