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의 부과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서 만든 파생 제품 중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품목에 대해 15일부터 관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견 수렴은 이달 29일까지 진행된다. 상무부는 미국 내 관련 기업이 특정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청을 접수하면 60일 내로 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그리고 이들 원재료로 만든 파생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제조사와 협회가 새로운 품목을 관세 대상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매년 5월, 9월, 1월에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다.
상무부는 올 5월에 접수한 의견을 바탕으로 6월에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이어서 미국 관세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진 셈이다.
특히 상무부는 이날 관보에 철강 파생상품 외에 자동차 부품의 관세 확대도 예고했다. 상무부는 25% 관세를 부과할 자동차 부품도 추가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했다. 자동차 부품은 지난 5월 3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당시 지정한 품목 외에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세 장벽으로 보호할 품목이 더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상무부는 자동차 산업에서 대안적인 추진 체계와 자율주행 역량 등 다양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태라 국방 분야에 중요한 새로운 자동차 제품을 식별해 관세 부과를 검토할 기회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은 오는 10월 1일부터 2주간 의견을 수렴하며 철강과 마찬가지로 의견 접수 후 60일 내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조사나 그런 제조사를 대표하는 협회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상무부는 매년 1월, 4월, 7월, 10월에 의견을 접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25%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 부품 종류가 늘어나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업계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강,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을 두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347억 달러,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정부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관세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1∼14일 방미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 측 관세 및 통상협상 핵심 인물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데 이어 연달아 한미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 것이다.
양측은 한국의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달러 현금을 한국에서 받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이 90%를 회수하는 ‘일본 관세협상’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 재정 및 국내 외환시장 위기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달 15일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정부 출범 100일 조금 지난 기간 동안 관세협상을 했다. 다른 정부가 훨씬 이전부터 협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보면 장기화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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