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 비자 71% 인도계에 발급
수수료 100배 올라 고국 송금 줄듯
청년실업 고전 모디 정권에 큰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골드 카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25.09.20 워싱턴=AP/뉴시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인도와 미국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50%의 ‘폭탄 관세’를 부과한 데다 최근 인도계 전문직 근로자가 집중적인 수혜를 받고 있는 ‘H-1B’ 비자의 수수료 또한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9만9395명이 H-1B 비자를 받았는데 이 중 인도계가 28만3397명으로 약 71%를 차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 1000달러(약 140만 원)였던 이 비자의 발급 수수료를 21일부터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올렸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상 조치가 연간 2800억 달러(약 392조 원) 규모인 인도의 정보기술(IT) 및 서비스 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IT 산업단체 ‘나스콤’은 성명을 통해 “IT 직종의 H-1B 노동자들은 미국 안보에 위협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처사를 비판했다. 10만 달러의 비자 수수료가 일종의 비(非)관세 장벽이며 인도 경제, 인도와 미국의 관계 등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우려했다.
해외에서 일하는 인도 근로자의 고국 송금이 대폭 줄어들고 이 여파로 인도 루피화 가치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내 인도계 숙련 노동자들은 해마다 최소 350억 달러(약 48조8000억 원)를 고국으로 송금한다. 지난해 기준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해외 송금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3.5%에 달했다.
2014년부터 장기 집권 중이지만 최근 청년실업 등으로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IT 서비스 부문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대거 공급하는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에만 12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고 직간접 고용 인원 또한 60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IT 산업이 타격받으면 모디 정권의 지지율 또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국의 관계 악화가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 밀착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개국의 협의체 ‘쿼드’ 또한 중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원유를 서방의 제재에도 계속 수입한다는 점에 상당한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모디 총리 또한 중국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미국에 맞섰다. 모디 총리는 1일 중국에서 열린 반(反)서방 성격의 다자기구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의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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