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간) 시작된 미국 뉴욕 시장 선거에서 인도계 무슬림 출신 조란 맘다니(34)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 내 급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 그는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지칭했다. 맘다니 후보가 당선되면서 뉴욕시는 처음으로 무슬림 시장을 배출하는 동시에, ‘세계 자본주의의 수도’에서 ‘사회주의자 시장’이 탄생하는 진기록을 쓰게 됐다. 같은 날 버지니아 부지사에는 무슬림 출신인 민주당 가잘라 하시미 후보가 당선됐다.
세계 최대 도시의 시장은 그만큼 미국 정치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뉴욕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으로 전임 쿠오모 후보도 민주당 소속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 탓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개 저격하며 쿠오모를 지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맘다니는 공산주의자다. 그가 당선되면 연방정부 기금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0.29 뉴시스 이번 선거에서 뉴욕 시민들의 투표 열기도 뜨거웠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175만 명 가까운 뉴욕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사전·우편 투표자를 모두 합치면 2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응원 얻은 첫 버지니아주 여성 주지사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주지사. 노퍽=AP/뉴시스버지니아주에서도 민주당 소속의 아비가일 스팬버거 하원의원(46)이 당선됐다. 그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 우편 검사관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선거 기간 트럼프 행정부의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정책에 맞서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 유세 기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서 여성 주지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후보로서도 여성 정치인은 민주당 출신의 전 법무장관이었던 메리 수 테리 한 명뿐이었다.
반(反)트럼프 공약으로 당선된 스팬버거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는 트럼프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예산과 인력을 삭감하면서 버지니아가 백악관 정책에 특히 취약해졌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 “직책을 맡을 자격이 없다”며 “버지니아 경제에 재앙을 가져다주는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버지니아 부지사에도 민주당 출신의 가잘라 하시미가 당선됐다. 현지 매체 ‘더힐’은 “그는 맘다니와 같이 무슬림 출신으로 미국 주 전역에서 공직을 맡은 최초의 인도인이자, 주 전체 부지사 경선에서 승리한 무슬림 여성”이라고 했다.
뉴저지주에서도 주지사를 새로 선출한다. 뉴저지주에선 민주당 후보인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오차 범위 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세 곳의 주지사 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미니’ 중간선거로 인식되고 있다. 뉴욕시와 버지니아주 등에서 민주당 소속 출신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9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가 올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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