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간)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장 선거뿐 아니라 두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특히 직전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었고, 뉴욕이나 뉴저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시각이 많다. 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두 주지사 당선인이 모두 여성들로, 버지니아주에서 여성 주지사가 탄생한 건 처음이란 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46)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57.5%(개표율 97% 기준)를 얻어 공화당의 윈섬 얼 시어스 부지사(42.3%)를 제치고 당선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교육재정 지원, 주택비 부담 완화, 의료 접근성 보장 등 ‘식탁 위 문제’에 집중한 게 스팬버거의 승리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연방 우편 검사관을 거친 스팬버거 당선인은 버지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내리 3선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도 노선을 걸으며 민주당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53)이 공화당 소속의 잭 치타렐리 전 뉴저지주 의원(64)을 누르고 당선됐다. 헬리콥터 조종사로 해군에서 9년간 복무한 뒤 변호사와 연방 검사를 지낸 셰릴 당선인도 민주당 내 중도파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지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승하면서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쇼트는 “트럼프가 이번 패배를 어떻게 해석하든 공화당은 선거 결과를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WP에 전했다. WP는 “이번 선거의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경제였다”며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를 승리로 이끈 핵심 이슈였다”고 지적했다. 고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유권자들의 불만이 크단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트루스소셜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표 용지에 트럼프가 적혀 있지 않았고,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이 발생한 게 공화당이 오늘 선거에서 패한 두 가지 이유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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