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두로 정권은 테러단체” 베네수엘라 유조선 전면 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8일 03시 00분


‘마약과의 전쟁’ 군사 압박 강화속
정권 전체 테러단체 지정은 처음
돈줄 차단 통해 정권 교체 노려
마두로 정권 “국제법 위반” 반발… 장기화땐 中 원유 공급망에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6일 201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를 ‘외국 테러단체(FTO)’로 지정했다. 또 베네수엘라를 드나드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 봉쇄도 명령했다.

미국은 반(反)미국 국가인 이란의 핵심 정부 조직으로 ‘정부 위의 정부’로도 불리며, 중동 전역에서 다양한 반미, 반이스라엘 군사 활동을 펼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2019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그러나 특정 정부 기관을 넘어 한 나라의 정권 전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마두로 정권은 “국제법 위반이자 국부 약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정상 국가 아닌 범죄조직 취급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약 8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마두로 정권의 핵심 자금줄을 끊어 경제를 고사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노린 행보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마두로 정권의 부정선거, 반미 성향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각종 제재를 가했다. 재집권 후에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선박 격침, 유조선 나포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라고 혹평하며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루스소셜에 “마약 밀반입, 인신매매 등 여러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에 드나드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도 명령한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이 훔친 유전에서 나온 원유를 마약 테러, 인신매매, 살인, 납치 등에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훔쳐간 모든 원유, 토지, 자산을 즉각 반환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단행된 원유산업 국유화로 베네수엘라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재 북한, 이란, 쿠바 등을 테러지원국(SSOT)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무역 제재, 원조 중단 등을 통해 국가 돈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FTO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와 거래하는 모든 개인, 기업, 단체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한 초강력 제재다.

즉, 마두로 정권과 연결된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해 정권 고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두로 정권이 정상 국가가 아니라 범죄조직이라고 낙인찍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같은 날 콜롬비아의 마약 밀매 조직 ‘클란델골포’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 경제난 속 제재로 대기근 우려


유조선 봉쇄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3030억 배럴의 원유를 보유했지만 관리 부실, 낙후된 인프라, 미국의 제재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9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사 ‘PDVSA’를 제재했다. 이후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자 베네수엘라는 ‘그림자 선단(Dark Fleet)’으로 불리는 각국의 제재 대상 선박들을 통해 몰래 중국 등에 원유를 판매하며 부실한 국가 재정을 지탱해 왔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중국 또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일평균 92만1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이 중 38%인 35만1000배럴을 중국에 수출했다. 사실상 중국이 마두로 정권의 현금 창출원인 셈이다. 미국의 봉쇄가 장기화하면 중국의 원유 공급망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봉쇄가 가뜩이나 고전하는 베네수엘라 경제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 대기근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권 시절부터 시작된 무상 복지 정책 등의 여파로 통화 가치 하락, 초인플레이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살인 등 강력 범죄도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칠레 등 인근 국가로 탈출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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