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반도체 추가 관세 18개월 보류…계속되는 무역전쟁 ‘휴전’

  •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과 무역전쟁 휴전 중인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중국산 반도체 수입 정책에 관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관보에 게재했다. 관보에 따르면 여전히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중국산 반도체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추가로 부과할 관세율을 0%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18개월 뒤인 2027년 6월로 정했고 구체적인 추가 관세 부과율은 부과 시점에서 30일 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고 불합리한 차별적 행동, 정책, 관행에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반도체에 50% 관세를 부과 중인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바이든 행정부가 25%를 추가로 부과한 결과다. USTR은 이번 관보에서 “조사 결과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행위가 부당하며 미국 산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하고 있어 행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다”며 “갈수록 공격적이며 광범위한 비시장 정책과 관행을 동원해 미국 기업과 노동자, 미국 경제를 심각하게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추가 관세율을 0%로 설정한 건 올 10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치열하게 전개해온 무역전쟁을 휴전하기로 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올 10월 30일 부산에서 만나 미국의 관세 인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를 결정했고 양국 간 무역전쟁 갈등을 임시 봉합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며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하며 사실상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해상·물류·조선 산업에서도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행해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하면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이 조치도 1년 유예했다.

이 같은 미국 조치에 외신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USTR의 이번 결정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양국 정상 간 합의를 확고히 하려는 신호라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이 세계 기술기업들이 의존하는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낮추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부당하다는 성명서를 내는 등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남용해 중국 산업을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처사는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교란하고 각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가로막으며, 스스로에게도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시정하고 양국 정상의 중요 합의를 길잡이로 삼아 평등·존중·호혜의 기초 위에서 대화로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고 이견을 적절히 통제하기를 촉구한다”며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상응한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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