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미국의 적국에 원유를 팔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국은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처럼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이 로드리게스에게 강력한 마약 유통 단속, 이란·쿠바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나 네트워크 소속 요원들의 추방, 미국의 적국에 대한 원유 판매 중단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로드리게스가 궁극적으로 자유선거를 성사시키고 권력에서 물러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소식통은 구체적인 이행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당장 선거가 임박해 있다는 신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지난 3일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마두로를 체포·압송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서 백악관은 이번 조치를 정권 교체나 전쟁이 아닌 ‘마약 범죄자에 대한 법 집행’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3일 마두로 체포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할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하루 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직접 통치하는 것은 아니며,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말이 서로 달라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향후 미국의 베네수엘라 전략에서 로드리게스가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마두로의 오랜 동맹이자 강경한 사회주의 노선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그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와 가까운 한 인사는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로드리게스가 짧은 목줄에 묶여 있다고 보고 있으며, 처리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날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베네수엘라는 지금까지 매우 점잖게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힘 같은 것이 도움이 된다”며 “만약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두 번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미국은 군사 옵션뿐 아니라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로드리게스의 협조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여기에는 제재 완화 가능성과 함께 카타르 도하, 튀르키예 등에 있는 로드리게스의 금융 자산 접근 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현재 미국 행정부의 초점이 ‘미국의 이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로드리게스에게 제시된 구체적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루비오 장관도 최근 ABC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목표에 대해 “베네수엘라가 더 이상 이란과 헤즈볼라를 포함한 적대 세력의 교차로 역할을 하지 않고, 마약 조직과 운반선을 미국으로 보내는 마약 밀매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체포 직후에는 “즉각 송환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하루 만에 미국과 ‘협력 의제’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변화가 향후 베네수엘라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남미 전문가 라이언 버그는 로드리게스가 마두로 체포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동시에, 미국의 요구에 열려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어려운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인식해 온 27년의 역사를 가진 체제에서, 친미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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