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사태 2주 “거리엔 피 가득”… 트럼프 “곧 강력한 선택”

  • 동아일보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최악 경제난 속 하메네이 체제 불만… “최정예 혁명수비대 투입-조준 사격”
트럼프, 군사개입 가능성 시사하자… 하메네이 “교만한 트럼프 무너질것”
외교장관은 “전쟁-대화 모두 준비”

“하메네이 OUT” 격화되는 반정부 시위 이란 반정부 시위가 11일(현지 시간)로 보름째를 맞은 가운데 수도 테헤란 서부에서 시위대가 불타는 정부 관련 건물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극심한 경제난과 엄격한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됐다.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선 가운데 외신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시위 관련 사망자가 최소 500명, 최대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출처 망명 반체제단체 ‘이란 인민 무자헤딘’ 웹사이트
“하메네이 OUT” 격화되는 반정부 시위 이란 반정부 시위가 11일(현지 시간)로 보름째를 맞은 가운데 수도 테헤란 서부에서 시위대가 불타는 정부 관련 건물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극심한 경제난과 엄격한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됐다.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선 가운데 외신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시위 관련 사망자가 최소 500명, 최대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출처 망명 반체제단체 ‘이란 인민 무자헤딘’ 웹사이트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1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최소 500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과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친위대 격이며 신정일치 체제 수호가 핵심 임무인 최정예 군대 혁명수비대를 투입하며 유혈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 경제난과 무너진 하메네이 권위가 시위 키워

11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남부 카리자크 지역 법의학 의료센터에 시신들이 쌓여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반정부 시위로 해당 영안실에 약 250명의 시신이 안치됐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X
11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남부 카리자크 지역 법의학 의료센터에 시신들이 쌓여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반정부 시위로 해당 영안실에 약 250명의 시신이 안치됐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X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 여파로 민간인 496명, 보안요원 48명 등 최소 5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 116명에서 5배 가까이로 급증한 수치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19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실제 사망자 수는 2000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란 안팎에선 8일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끊은 뒤 강경 진압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이란의 28세 여성 기자인 마흐사가 8일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다. 거리는 피로 가득하고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속출해 두렵다”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미국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하메네이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이란 경제가 붕괴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9일 기준 달러당 99만4055리알로 2015년 이란이 서방 5개국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었을 때(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보다 약 31배 치솟았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올라 중산층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란 국민의 30%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체제 순응적이었던 상인과 중산층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하메네이 체제의 권위가 무너진 것도 시위를 키운 요인이다. 이란은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서 핵시설 등이 대거 파괴되며 사실상 참패했다. 최근 시위대는 ‘왕정 복귀’ ‘하메네이에 대한 죽음’ ‘주변국 개입 중단’ 등 사실상 현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의 구호를 많이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하메네이, 트럼프에 “당신도 몰락할 것”

미국은 이란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고, 결정을 곧 내릴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대이란 공격에 대한 세부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며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협상을 원하고 있고, 미국에 계속 두들겨 맞는 데 지친 것 같다”며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도 있지만 회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12일 X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겨진 고대 이집트 석관이 무너지는 사진을 게시하며 “세상 독재자들의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몰락했는데, 저자 또한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에도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미국 정치권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폭격은 해결책이 아니고, 대통령이 내키는대로 폭격하도록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만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군부가 하메네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고, 맞설 정치적 대안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 군사 개입 등 외부로부터의 변화가 있을지 여부에 따라 하메네이 체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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