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지는 유럽…나토수장 “위기 아냐” vs EU위원 “나토 종말”

  • 뉴시스(신문)

나토 수장 “동맹 전체 안보 보장이 내 역할”
EU 국방 집행위원 “나토 종말” 첫 공개 경고
獨 총리, 중재 노력…“美, 문제 해결 동참해야”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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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은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그린란드 무력 장악 가능성에도 “진정하라, 문제가 없다”며 “나토는 위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방문 중 기자들에게 “나토는 전혀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며 미국과의 갈등을 일축하고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합병하는 것과 나토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호전적인 발언은 동맹국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제기하며 나토를 실존적 위기 직전까지 몰아넣고 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유럽연합(EU) 국방 담당 집행위원도 이러한 우려에 공감하며 “무력 점령은 곧 나토의 종말을 의미하며, 북대서양 관계에 매우 깊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EU 고위 관료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의 입장을 공개 지지한 첫 사례이지만, EU 외교관들도 비공개로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 공격하면, 나토를 포함한 모든 것이 중단되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구축돼 온 국제 안보 질서도 붕괴될 것”이라고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경제 안보 차원에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을 대체로 일축하고 있지만, 뤼터 사무총장은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활동이 활발해질 위험이 있다”고 동의하면서 “동맹국 모두 북극과 북극안보의 중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는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나토 회원국들은 북극 안보 강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나토에 요청했다.

군사 자산 추가 배치와 훈련 확대 방안 등이 제안됐다. 영국과 독일은 미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나토의 감독 하에 그린란드 방어가 이뤄지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뤼터 사무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들은 서로를 존중해야 하며, 나토 최대 회원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하며 32개 회원국을 대변하는 역할 속에서 얼마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모두 방위비를 더 지출해 균형을 맞추도록 독려함으로써 나토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며 “나토 사무총장으로서 나의 역할은 동맹 전체가 최대한 안전하고 안보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미국의 안보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나토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메르츠 총리는 “우리는 그저 그린란드의 안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바란다. 미국 역시 이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관여 수준은 향후 며칠 또는 몇 주간의 회담을 통해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나토는 1974년 튀르키예의 그리스계 키프로스 침공, 영국과 아이슬란드 간 대구전쟁으로 불린 해상 충돌, 1987년 절정에 달한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에게해 영유권 분쟁 등을 견뎌냈다. 그러나 가장 크고 무장이 잘 된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을 노골적으로 공격한 전례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나토 외교관은 “1949년 나토 창립 조약 어디에도 동맹국이 다른 동맹국을 공격하는 상황은 상정돼 있지 않다”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동맹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덴마크, 그린란드 외무장관은 14일 미국에서 만나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회담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12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바데풀 장관은 회담에 전 자국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나토 안보에 북극권 차원의 문제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는 우리의 공통된 출발점이며 이를 토대로 서로 대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은 내부 논의를 통해 충분히 다뤄질 수 있고 또 다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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