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내 업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1년을 맞은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업적’이라고 적힌 두꺼운 서류를 들어 보이며 1년간의 성과를 자찬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로 한 2000억 달러(약 294조 원) 중 일부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1년을 맞은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80분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한국 일본과의 무역 합의 타결을 자찬하며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도 출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일본 등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로 약속한 대미(對美) 투자금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까지 수송하기 위해 1300km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작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과정 때부터 이를 핵심 공약으로 강조했다. 또 한국 등에 사업 참여를 강하게 촉구했다.
다만 정부는 낮은 상업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2000억 달러(약 294조 원)인 한국의 대미 직접 투자금의 용도를 놓고 미국과의 후속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압박 커질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권 2기의 핵심 기조인 ‘관세’의 정당성과 효과를 자찬하며 “알래스카 LNG를 아시아로 수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이미 출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일본과는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이 들어오는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국과 알래스카에서 합작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달 후에는 한국을 찾아 관세 협상도 타결했다. 그 직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X를 통해 “(한국에)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첨단 제조, 인공지능(AI) 및 양자 컴퓨팅을 포함한 미국 내 프로젝트에 2000억 달러 (투자)를 지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금 일부를 알래스카 LNG 사업에 쓴다고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참여 여부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도 지난해 10월 29일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미 투자금을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지닌 반도체, 2차전지, 원자력 발전, 바이오 등에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투자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본은 이미 사업에 관해 조인트벤처(JV) 설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일본 사례를 들며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알래스카주는 미국이 북극에 진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경제적 이해관계는 물론이고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에 사업 참여를 촉구할 여지가 큰 셈이다.
● 트럼프 “관세 적법성 패소해도 대안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업적(accomplishments)’이라고 적힌 표지 아래 두꺼운 종이 뭉치를 들고 “일주일 동안 읽어도 다 읽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1년간 자신이 성취한 업적이 정치·외교·경제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 언급하기도 힘들 만큼 방대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가 됐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런 주장과 별개로 최근 그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40% 안팎에 그친다. 경제 성과 역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주요 언론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그는 연방대법원의 관세 적법성 심사를 두고 “대법원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 덕분에 역대 가장 많은 자동차 공장이 건설되고 있으며 관세를 없애면 중국이 미국 산업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려도 개의치 않는다며 “다른 대안들이 있다”고 자신했다. 수입품에 ‘면허(license)’를 부과하는 방식도 거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