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사우스 론(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2026.04.07.
“하나님이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고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활절 다음 날인 6일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거듭 ‘신(神)’을 거론했다. 그는 3일 이란에 격추된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조종사와 무기체계 장교 등 미군 2명을 무사 구조하는 작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이 ‘신이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고 믿느냐’고 묻자 “그렇다. 하나님은 선하시다(God is good)”고 답했다.
특히 그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구조 작전이 부활절 연휴 기간에 이뤄진 것 또한 신의 뜻과 무관하지 않다며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다”고 했다.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말은 천신만고 끝에 구조된 무기체계 장교가 미군 지휘본부에 구조 요청을 하며 보낸 메시지로도 최근 주목을 받았다.
전쟁 장기화, 종전 전략 부재 등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 부활절 서사 등을 통해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예수 부활 서사 차용하고 언론 위협도
이날 회견에 동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또한 구조 작전과 신을 연계했다. 그는 “전투기가 성(聖)금요일(3일)에 격추됐고, 무기체계 장교는 토요일(4일) 내내 바위틈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성금요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을 말한다. 장교의 은신처였던 바위틈 또한 예수의 바위 무덤을 연상시킨다. 헤그세스 장관은 “부활절(5일) 해가 뜰 무렵 장교가 이란 밖으로 나왔다. 그가 다시 태어나 무사히 돌아왔으니 온 나라가 기뻐하고 있다”며 거듭 부활 서사에 빗댔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25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방부 청사에서 주재한 예배에서 “미군이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기도해 논란을 불렀다. 그의 오른쪽 팔에는 라틴어 문구 ‘데우스 불트(Deus vult·하나님이 원하신다)’도 새겨져 있다. 중세 시대 유럽 기독교 국가가 이슬람권과 싸운 십자군 전쟁의 구호다. 이번 전쟁에서도 미국이 십자군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사람의 이런 행보를 두고 기약 없는 전쟁 와중에 하님이 직접 미국의 행동을 원하신다는 새로운 정당화 사유를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6일 회견에서 전투기 추락 직후 구조된 조종사에 관한 보도를 한 언론을 상대로 위협을 가한 것도 논란이다. 그는 “우리는 첫 번째 조종사에 대해 1시간 동안 언급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정보를 유출했다”며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 ‘안보 문제이니 정보원을 밝히거나 감옥에 가라’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가 어떤 언론사와 기자를 지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당시 뉴욕타임스(NYT), CBS, 액시오스 등 여러 언론사가 조종사 구출 소식을 보도했다. ● 트럼프, 아동 초청 부활절 행사서도 전쟁 언급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어린이들과 함께한 부활절 행사에서도 전쟁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그는 부활절을 상징하는 토끼 ‘이스터 버니’의 머리띠를 착용한 어린이 수백 명 앞에서 “이란보다 (미국에) 더 적대적인 상대는 없다”며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미국의 거듭된 공격으로 이란이 지금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아이들과 ‘달걀 굴리기(Easter Egg Roll)’ 행사를 가졌다. 1878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추첨으로 선정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대통령 부부와 달걀 굴리기, 동화책 낭독 등을 즐긴다. 이런 행사에서 전쟁을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 주던 중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인지 능력 저하로 서류를 자동 서명기로 결재했다는 이른바 ‘오토펜(전자 서명 기기) 의혹’도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은 자기 이름조차 직접 쓸 수 없어서 오토펜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아이들 앞에서 정적을 폄훼한 것을 두고도 역시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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