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문명 사라질 것” 극단발언
신성모독-돌출행동에 횡설수설까지
우파서도 “미치광이…정상 아니다”
민주당 “대통령 직무 불능…해임해야”
백악관 “압박 전략일뿐…예리함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이란 전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발언과 기행에 가까운 돌출 행동이 잦아지면서 그의 ‘정신 이상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동과 극단적 발언은 지난 10년 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여우처럼 영리하게 미친 척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정말 미친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트루스소셜에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며 이란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고 위협했고, 교황을 향해 “범죄에 약하고 외교 정책도 끔찍하다”고 비난하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을 뿐 예리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이 같은 발언들을 두고 “권력에 눈이 먼 광기 어린 독재자의 인상을 남겼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이 같은 폭발적 언행은 전쟁 시기에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에도 역량에 의심을 받았던 대통령들이 있었지만, 현대사에서 대통령의 정신적 안정성이 이토록 공개적이고 분석적으로 논의되며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적 문제를 제기해 온 민주당은 대통령을 직무 불능으로 해임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퇴역 장성, 외교관, 외국 관료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우파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한 공화당 출신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발언은 강경함이 아니라 광기”라며 수정헌법 25조 발동 주장을 옹호했다. 극우 성향 방송인 캔디스 오웬스도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적인 미치광이”라고 비판했고, 음모론자로 불리는 알렉스 존스 역시 “횡설수설하고 있고 뇌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변호사였던 타이 코브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명백히 정신이 나간 사람이며, 최근 한밤중에 쏟아낸 호전적인 게시물들은 그의 광기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 백악관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 역시 SNS에 “그는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한 인사들을 향해 “IQ가 낮은 사람들”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들”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그들이야말로 미치광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여론도 트럼프에 비판적이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가 “트럼프가 나이가 들며 더 불안정해졌다”고 답했고, ‘정신적으로 충분히 명석하다’고 보는 비율은 45%에 그쳤다. 9월 유고브(YouGov)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트럼프가 대통령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4년 2월의 34%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민주당은 최근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트럼프에 대해 “극도로 병든 사람”이라고 했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의원은 “불안정하고 통제 불능”, 테드 리우 하원 의원은 더 직설적으로 “완전히 미쳤다(batshit crazy)”고 표현했다. 제이미 래스킨 하원 의원은 “치매 및 인지 능력 저하와 일치하는 징후”라며 백악관 주치의에게 평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해석한다. 폭스 뉴스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리즈 피크는 “트럼프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중동에서 이란의 50년 테러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 극단적인(때로는 충격적인) 군사적, 외교적 압박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나를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하라”고 말하는 등 이른바 ‘광인 전략’을 활용해왔다. 이는 리처드 닉슨이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한 ‘매드맨(미친자) 이론’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NYT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만큼은 연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며 “그는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에 대해 “나는 정말로 그럴 의사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우려를 표했다.
NYT는 “두 번째 임기에서 트럼프는 더욱 통제 불능”이라며 “비속어 사용이 늘었고, 발언은 길어졌으며, 사실보다는 망상에 근거한 발언을 정기적으로 내뱉는다. 지어낸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정신 상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훨씬 깊다. 또한 2기 행정부에서는 1기처럼 대통령을 제어하려는 참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프린스턴대 역사학자 줄리언 젤라이저는 “과거 닉슨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우려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그가 그런 행동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은 바닥만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1기 때와 달리 그를 막기 위해 막후에서 움직이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극화 시대의 미국 정치, 특히 공화당 내부에는 이런 스타일의 리더십을 좋아하는 요소가 있다”며 “통제 불능이 될 준비가 된 사람보다 더 반(反)기득권적인 모습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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