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또 제동 걸려…“의회 허가없는 무역전쟁 법적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8일 17시 12분


AP뉴시스
AP뉴시스
상호관세에 이어 대체 카드로 꺼내 든 글로벌 관세마저 7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법원의 위법 판결을 받으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관세가 글로벌 무역 혼란과 물가 상승을 초래한 가운데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나와 미중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법원 “트럼프 행정부, 국제수지와 무역수지 개념 혼동”

이날 국제무역 관련 사안을 전담하는 연방법원인 뉴욕 맨해튼의 미 국제무역법원(CIT) 재판부(3명)는 2 대 1로 글로벌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민주당)이 임명한 마크 바넷 수석판사와 클레어 켈리 판사는 위법으로 봤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공화당)이 임명한 티머시 스탠슈 판사는 합법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10% 글로벌 관세 부과 근거로 사용한 무역법 122조는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대통령에게 최대 150일간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수지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인 ‘무역적자’를 혼동해 122조를 적용했으므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1974년 만들어진 무역법 122조는 트럼프 대통령 이전엔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조항으로, 대통령이 ‘미국의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또는 ‘근본적 국제 결제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에 대응해 최대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수지는 상품은 물론이고 서비스, 소득, 이전, 금융 등 모든 형태의 경제 거래를 포괄한다. 이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무역적자는 상품 거래에만 한정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 “다음 주 미중 정상회담에 불리하게 작용”

이번 판결은 올 3월 뉴욕 향신료 판매업체 ‘벌랩 앤드 배럴’과 플로리다의 장난감 회사 ‘베이직 펀’, 워싱턴주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들이 이미 납부한 관세를 이자와 함께 환급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명령했다. 단, 글로벌 관세 부과 금지 명령을 소송 참여자 이외의 제3자에도 보편적으로 적용해 달라는 원고 요청은 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의 즉각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애초 글로벌 관세는 7월에 만료될 예정이었고, 이후 정부는 다른 관세로 전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 매체들은 이번 판결이 가져올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무역전쟁을 추진하려던 백악관이 또 하나의 법적 타격을 받았다”며 “다음 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무역회담에서 관세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법원을 비판하며 “우리는 항상 한 가지 판결을 받으면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7월 이후 글로벌 관세를 대체할 예정이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른 대체 관세 부과에 속도를 낼 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항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 “자동차 등 韓 주력 수출 품목 영향은 제한적”

국내 산업계는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 관세가 별도로 적용되고 있어 이번 판결이 미칠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8일 “1심 법원에서 보편적 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우리 기업은 현행 122조 관세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연방대법원이 ‘보편적 적용’ 판결을 내리면 국내 산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아름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연방대법원 판결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우리 기업도 기존에 부과받은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무협은 “판결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무역법 122조 조치 기한인 올 7월 24일 안으로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판결이 오히려 관세 불확실성을 키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멈춰 서진 않을 것”이라며 “상급심이 진행되기 전까지 또 다른 (무역법 301조와는 별개의) 대체 수단을 강구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청와대와 산업통상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존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균형 확보의 원칙 아래 차분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