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긴 美-이란전쟁, 종전협상 공전… 트럼프 “시간 걸릴 것”

  • 동아일보

“이란 자존심 세”… “곧 타결” 발언 번복
양측 호르무즈 무력충돌 이어가
“이란 동결자산, 걸프 재건 활용”
美구상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위스콘신주 치페와폴스에서 열린 농업계 간담회에서 워싱턴 링컨기념관의 전경 사진을 보이며 자신이 추진한 반사연못 도색 공사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합의든 강경한 방식이든 이란서 매우 빨리 빠질 시점”이라고 밝혔다. 치페와폴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위스콘신주 치페와폴스에서 열린 농업계 간담회에서 워싱턴 링컨기념관의 전경 사진을 보이며 자신이 추진한 반사연못 도색 공사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합의든 강경한 방식이든 이란서 매우 빨리 빠질 시점”이라고 밝혔다. 치페와폴스=AP 뉴시스
올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이 7일로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일 “(이란과 종전 합의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수차례에 걸쳐 “종전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고 한 자신의 기존 발언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이란 핵폐기와 동결 자산 해제 문제, 호르무즈 해협 재개 등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데다 이란이 종전 조건 중 하나로 내건 레바논 휴전마저 위태로워진 데 따른 것. 이런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선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이어지며 위태로운 휴전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

● “이란 자존심 세, 합의까지 시간 좀 걸릴 것”

트럼프 대통령은 5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강하고 자존심이 세지만 그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합의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면서도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 작성을 진행한 지난달 내내 종전이 임박했다며 곧 합의가 이뤄질 거라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그때마다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란은 ‘핵 포기’를 약속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여러 차례 반박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신속한 종전을 바라는 조바심도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에서 농업계 인사들과 만나 “우리는 이란에서 매우 빨리 빠져나올 시점에 와 있다”며 “(이란과의 전쟁은) 아주 강력하거나 그 반대일 것이다. (합의) 서류이거나 아주 강경한 방식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 기름값과 비료값 급등으로 악화된 농촌지역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6일 X를 통해 지금도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5일 미군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발사한 자폭형 공격 드론 4기를 격추했다”며 “몇 시간 뒤 이란이 쿠웨이트와 바레인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7발을 요격했고, 추가 해상 공격을 막기 위해 가루크와 케슘섬의 이란 해안 감시 레이저 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참모진에게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란과의 휴전은 일단 유지할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휴전 결렬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핵폐기-호르무즈 재개 이어 ‘동결 자산 해제’도 쟁점화

핵 문제 등 기존 이견과 더불어 이란의 동결자산 해제 문제도 종전 협상에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동결자산 등 경제제재 해제가 양국 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24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을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 걸프국들의 전쟁 피해 복구 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 이 나라들은 미군 기지를 보유했고, 미국을 지원했단 이유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이 걸프 동맹국들에 입힌 전쟁 피해 비용 산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인 모센 레자이가 전날 CNN 인터뷰에서 이란 동결자산 해제가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이라고 밝히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레자이 고문은 CNN에 “동결 자산은 미국의 돈이 아니라 우리의 돈”이라며 “종전 합의를 위해선 미국이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명확한 핵 포기 없이 경제제재를 해제할 경우 미국의 협상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완벽한 합의를 원한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이란의 핵 포기 약속만 믿고 섣불리 현금 지원과 동결 자산 해제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란 전쟁#도널드 트럼프#종전 협상#미군 중부사령부#중동 긴장#경제제재#동결 자산 해제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