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영역서 기독교 색채 강화”
종교자유委 권고 적극 수용 밝혀… 중간선거 반전 카드 활용 나선듯
“공산주의자 민주당, 심각한 위협”
맘다니 세력 약진엔 색깔론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종교자유위원회 관련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설립된 연방정부 자문기구인 종교자유위원회는 이날 종교의 자유를 위한 보고서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미국의 오랜 전통인 정교분리 원칙에 도전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고 AP통신 등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해 ‘기독교 국가로서의 미국’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인은 항상 창조주를 기억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대 사회의 ‘정교분리’ 원칙에 정면 도전하는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공공 영역에서 보수 기독교적 색채 강화를 추진하자는 것이 골자여서 ‘종교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보수 기독교단체 ‘신앙과 자유 연합’이 워싱턴에서 연 행사에 참석해 “공산주의자들이 (야당)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근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도를 규합하기 위해 정교분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색깔론’ 공세에도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음 달 4일 미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더욱 강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론조사회사 에디슨리서치의 2024년 11월 미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당시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의 81%가 트럼프 대통령을 뽑았다. 낙태 반대, 기독교 교육 강화 등을 원하는 유권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의미다.
● 수정헌법 1조 위반 논란
26일 미 법무부 산하 종교자유위원회(위원회)는 ‘미국의 제1 자유’라는 제목의 보고서 초안을 발표했다. 224쪽 분량인 이 보고서는 종교단체의 정치 활동 허용, 군대·학교·의료기관에서의 종교적 표현 확대,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을 제언했다. 또 정교분리가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배제하는 식으로 잘못 해석돼 왔다며 종교와 국가가 협력 관계가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고서 전달식을 갖고 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신앙인이 세웠다”며 “우리는 반드시 ‘신(神)’ 아래 하나의 나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종교를 세우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이 보고서가 특정 종교를 국교(國敎)로 정할 수 없다는 헌법, 이에 관한 연방대법원의 각종 판례를 통해 확립된 정교분리 원칙과 대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설립한 연방정부 자문기구다. 12명의 위원 중 7명이 복음주의 개신교계 인사다. 이 외 천주교 인사 4명, 유대교 인사 1명으로 이뤄져 있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종교의 자유’가 결국 ‘기독교 부흥의 자유’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수 진영이 공적 영역에서의 기독교 존재감을 강화하는 시점에 이 보고서가 발표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최근 텍사스 등 보수세가 강한 주(州)를 중심으로 공립학교 교실에 성서의 ‘십계명’ 게시를 의무화하고, 종교 교육을 실시하는 사립학교 재학생에 대한 장학금 확대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트럼프 “美 최대 위협은 공산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신앙과 자유 연합’ 행사에서 “최근 뉴욕시에서 선출된 공산주의자들은 신을 부정하는 ‘골수 공산주의자들’”이라며 “건국 후 250년 동안 우리 나라가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회원 약 300만 명을 보유한 미국의 대규모 보수 기독교 단체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23일 민주당이 뉴욕주 연방하원 의원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을 실시한 결과,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지지한 강성 진보 성향의 후보 3명이 모두 승리한 결과에 불만을 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중간선거에 투표하러 나와야 한다. 이 선거는 아주 중요하며 우리는 승리해야만 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신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에 오클라호마주 경찰 출신인 랜스 슈로이어를 지명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 반이민 정책 또한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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