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진행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상호 관세 이외에도 희토류와 첨단 반도체 등 상대국에 대한 수출 통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중국이 희토류 통제로 전 세계 공급망에 영향력을 과시한 덕분에 협상 전부터 힘의 균형이 베이징으로 옮겨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 뿐 아니라 제3국에 맞설 수 있는 “베이징의 꿈의 도구(dream tool)”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월 이후 희토류 수출 억제로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켰고, 미국을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 또 각국 기업들에게도 중국이 희토류 등 중요 물자의 수출 통제를 무기화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실제 중국이 4월 4일 사마륨과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 핵심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서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업체들까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자석 등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카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와 이번 런던 협상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특히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 외에도 미국과 관세 협상 중인 제3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규정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아 상황에 따라 어느 나라도 겨냥할 수 있다. 미국이 제3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중국 봉쇄 조치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 컨설팅업체 ‘컨트롤 리스크’의 중국 분석가 앤드류 길홈은 FT에 “(희토류와 같은) 사례가 많진 않다”면서도 “수출 통제는 언제든 옥죄거나 완화할 수 있고, 전 세계 또는 특정 국가로 적용 대상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유럽연합(EU)과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협상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희토류 통제와의 연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은 3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중국은 EU의 희토류 관련 우려를 매우 중시하며, 자격 요건에 따라 전용 심사(그린 채널)를 통해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7일 중국 상무부가 밝혔다. 당시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희토류 부족으로 자동차 등 각종 제품의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며 중국 측의 조치를 촉구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중국이 이번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를 조건으로 대(對)중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수출 통제 등의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스위스 제네바 협의 때와 달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참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러트닉 장관의 참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야망을 저해할 수 있는 일부 기술 규제를 재고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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