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근 미얀마 기업-개인 제재 해제
집단학살 쿠데타 세력 인정 딜레마
미국이 전투기 등 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중(重)희토류 확보를 위해 미얀마 군부정권이나, 소수민족 반군세력 ‘카친 독립군(KIA)’과 접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8일 전했다. 미국은 202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희토류 확보가 어려워지자, 대체 공급망을 찾기 위해 기존 방침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얀마가 중국에 공급해 온 희토류를 미국으로 돌리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제안을 수렴했다. 현재 미국은 미얀마 군부와 KIA 간 평화협정을 중재하는 방안, 군사정권을 우회해 KIA와 직접 협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소수민족인 카친족으로 구성된 KIA는 차별 문제로 미얀마 정권과 오랫동안 무력 충돌을 벌여왔다. 2021년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KIA와의 갈등이 더 격화됐다.
미국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와 공식 접촉을 꺼리고 있지만, 중국 외 나라에서 생산되는 희토류 확보가 시급해 정책 전환을 검토 중이다. 세계 희토류 시장의 약 90%를 장악한 중국은 올 4월 미국의 고관세 압박 등에 맞서 희토류를 수출제한 품목에 포함했다. 특히 중희토류는 전투기, 위성, 미사일 등 무기 제조에 필수 물질이지만 채굴 난도가 높아 확보하기가 한층 어렵다.
미 재무부가 24일 미얀마 기업 3곳과 개인 4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것도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바뀌려는 조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명확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제재를 해제했다. 이달 초엔 트럼프 대통령이 40% 상호관세를 통보하는 서한을 미얀마에 보냈고, 당시 미얀마 군부는 “우리를 미얀마의 정식 정부로 미국이 인정했다”며 감사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와의 접촉, 나아가 협력은 집단학살을 저지른 쿠데타 세력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도 커지는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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