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개입 대비하는 이란…“중동 미군기지 공격 장비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8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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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3일(현지 시간) 테헤란에서 TV 연설을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시온주의자(이스라엘) 정권이 전쟁을 일으켰다”라며 “그들은 큰 실수와 오류를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2025.06.14. [테헤란=AP/뉴시스]
“하이바르로 돌아간다.”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상징 인물이며 최고 권력자인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8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응징을 선언했다. 그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하이다르의 고귀한 이름 아래 전투가 시작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사진 출처 하메네이 ‘X’
사진 출처 하메네이 ‘X’
하이바르는 7세기 무슬림 군대가 정복했던 유대인 거주지역이며, 하이다르는 이슬람 시아파 초대 이맘(지도자)인 알리를 뜻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 의지를 강조한 메시지란 평가가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 게시물에 검을 뽑아 든 남성이 불타는 성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이미지도 올렸다. 그는 이날 오후 TV 성명을 통해선 “이스라엘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으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이라고도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중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란 정권 교체를 이뤄 중동 외교 지형의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46년간 중동을 흔들며 대립해 온 두 국가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비해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채비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이란 “극초음속 신형 미사일로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한 다음 날인 18일 새벽 이란과 이스라엘은 한층 강하게 격돌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메르흐르 통신은 해당 공격에 시속 6100km의 극초음속 신형 미사일 파타-1을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전날 밤 탄도 미사일 약 30발을 이스라엘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AP통신은 “이란이 17일까지 발사한 미사일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여러 발사대를 공격한 뒤 감소세”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원할 경우 보복할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의 중동 지역 추가 배치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마련해 놓았다고 17일 보도했다. 친이란 무장단체들도 미군 공격에 나설 수 있다.

● 이스라엘 “항공기 50여 대, 원심분리기 등 타격”

이란의 원심분리기 및 무기 제조 시설 공습을 위해 출격하는 이스라엘 전투기. 출처=이스라엘군 엑스(X) 계정 갈무리
이란의 원심분리기 및 무기 제조 시설 공습을 위해 출격하는 이스라엘 전투기. 출처=이스라엘군 엑스(X) 계정 갈무리
네타냐후 총리도 거친 표현으로 이란을 위협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그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하메네이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칭하며 “전쟁이 끝나면 아랍 세계가 이스라엘에 더 문을 열 것이며 이 갈등은 궁극적으로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촉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 중재로 체결된 이 협정에 따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야심을 꺾는 데서 더 나아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종교, 정치 영향력도 억제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밤 이스라엘은 이란 중심부에 광범위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야간에 이스라엘이 이란 항공기 50여 대와 원심분리기, 무기 생산시설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공세로 사상자도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란에서 최소 224명이, 이스라엘에서 최소 24명이 숨졌다.

어느 쪽 미사일이 먼저 고갈되는지에 전쟁의 승패가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중거리미사일 재고가 분석기관에 따라 700~1300개 수준이라고 전했다. WP는 이스라엘 정부의 보고를 들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재보급이나 개입 확대 없이 이란이 꾸준히 공격 속도를 유지하면 이스라엘은 미사일 방어를 10∼12일 정도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메네이#이란#이스라엘#중동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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