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겼다”… 10일 협상 가시밭길
美 배상금 지급-전투병력 철수 등… 이란이 요구한 10개항 놓고 협상
트럼프 “불발땐 다시 돌아갈수도”… 이란 “우리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
밴스-이란 국회의장 등판 가능성
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 시간) 극적인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올 2월 28일 발발한 전쟁이 본격적인 종전 협상 국면에 돌입했다. 양측은 10일부터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측이 요구한 10개 항 제안서를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에선 J D 밴스 부통령, 이란에선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대면 협상의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란의 10개 항에는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인정 △전쟁 재발 방지 확약 △미국의 전쟁 배상금 지급 △중동 내 미군 전투 병력 철수 등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최종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양측은 2주 휴전 합의에 대해서도 각각 “우리가 이겼다”고 자찬하며 협상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양측 모두 승리 선언…협상도 난항 전망
이란이 요구하고 있는 10개 항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건 핵 개발과 연관된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이다. 현재 이란이 보유한 60%의 고농축 우라늄 450kg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는 1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반면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전달한 제안에는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반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이란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의 폐기도 요구해 왔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했지만 7일에는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모든 핵 능력을 포기하고 우라늄 농축을 영구 중단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양측이 협상 과정에서 이 부분을 놓고 계속 대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과 이란 모두 2주 휴전을 자신의 승리이며, 상대방이 요구를 수용했다고 주장하는 점도 향후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AFP통신, 영국 스카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휴전 합의가 미국의 “완전하고 완벽한 승리다. 100%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처리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8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이 이란과 협력해 이란 곳곳에 깊숙이 매립된 “핵 잔해를 파내어 모두 제거할 것(dig up and remove all)”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보유해서는 안 되는 모든 핵물질은 휴전 조건에 따라 제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이란이 미국에 농축우라늄 안 넘기면 직접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7일 성명에서 “이란이 미국,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우리가 제시한 10개 항의 종전안을 미국이 전부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과 이란은 전쟁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카이뉴스에 “(협상 결과가) 안 좋으면 언제든 (공격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또한 “우리의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 있고, 적이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 밴스 부통령 등판 가능성
7일 CNN은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10일 이란과의 대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점쳤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밴스는 ‘스탠바이(standby·대기)’ 상태”라며 “이란과의 대면 회담이 성사되면 언제든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전쟁 전부터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을 반대해 왔다. 또한 이란 측이 선호하는 협상 상대로 알려져 있다. 이란 지도부는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 전 고문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이들이 주도하던 협상 중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유대계란 점도 이란이 이들을 불신하는 이유로 꼽힌다.
8일 이란 ISNA통신은 갈리바프 의장이 10일 협상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군인 출신으로 이란 강경 보수파의 실세로 꼽힌다. 또 AP통신은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번 휴전 협상 과정 중 중재자 역할을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8일 최소 45분간 통화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각각 상대방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해 왔던 밴스 부통령과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협상 과정 중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최종 타결에 대한 기대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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